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이슈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신천지 교주 돈 어디 흘러간지 안다" 前 2인자 추가폭로 예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천지 2인자’로 불리며 설립자 이만희(89)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다는 김남희 씨가 최근 “신천지 내부 비리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폭로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신종 코로라바이러스 사태와 함께 신천지에게는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김남희 전 신천지 압구정센터 원장이 행사에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신천지 관계자는 “김남희 씨가 신천지를 탈퇴할 때 약 20명의 신천지 사람들이 함께 나갔다. 그들은 대부분 일반 신자가 아니라 나름대로 교회 내 직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다”며 “김씨가 신천지 내부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신천지) 총회에서도 김 씨의 향후 폭로 행보에 주목하고 있고,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원래 가톨릭 신자였다. 여러 건물을 소유한 재력과 미모의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서울 강남의 성당에 다니다가 신천지를 알게 돼 성경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16일 김 씨는 한 인터넷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2002년 신천지 성경 교육이 끝나는 수료식 날이었다. 식사자리에서 이만희 교주가 처음 나를 보더니 ‘이미 올 줄 알고 있었다. 꿈에서도 같이 손을 잡고 일을 했다. 얼굴을 보니 내가 꿈에서 본 바로 그 얼굴이다’고 말했다. 그때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깜짝 놀랐지만 ‘열심히 하라’는 말로만 들었다”고 말했다. 얼마 뒤 이만희 총회장이 김 씨에게 “결혼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남편과 자식이 둘 있는 유부녀였다. 이만희 총회장 역시 혼인신고를 한 부인이 있던 처지였다.

중앙일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올해 89세다. 한때는 김남희 씨가 '신천지의 후계자'로 불리었으나, 현재 신천지 측은 "신천지에 후계자는 필요 없다. 신도들은 요한계시록에 담겨 있는 세상 말세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천지예수교회]



우여곡절 끝에 딸의 결혼식을 치른 후에 김 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김 씨는 “이혼을 하지 않으면 남편이 죽고, 우리 가족은 모두 지옥에 갈 것이라고 (이만희 교주가) 말했다”고 했다. 이혼 후에 김 씨는 이만희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에는 이만희 교주가 하는 말이 내게는 법이었다. 누구라도 신천지 교육을 받고 세뇌된 상태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며 “그때부터 나는 여러분이 아는 (이만희 교주의) ‘영적 배필’이 아니고, 그의 육적 부인이 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남희 씨는 "이만희 교주가 내게 결혼을 제안한 뒤 장소를 마련해서 찍은 전통 혼례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천지 측에서는 이 사진에 대해 "용인민속촌에 갔을 때 김남희 원장이 먼저 혼례복을 입고서 이만희 총회장에게 와서 옷을 입으라고 해서 찍은 사진이다"고 반박하면서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김남희]



이어서 김 씨는 “이만희 교주가 내게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아브라함도 100살 때 아들을 낳지 않았느냐고 했다. 아들을 낳으면 ‘천종(天種ㆍ하늘의 씨)’이라고 부르겠다며 이름까지 미리 지어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만희 총회장의 고향은 경북 청도다. 거기에 자신의 생가와 하늘에서 내려온 빛을 만났다고 하는 장소가 둘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신천지 교인들은 그 빛을 ‘하나님’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신천지 교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예루살렘보다 청도가 더 중요한 성지이자 순례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8년 김 씨는 이만희와 함께 청도로 내려가 (이만희의) 부모 묘소에 비석을 세웠다. 그 비석을 세운 기념으로 뒷면에는 ‘친자(親子) 이만희, 후인(后人) 김남희’라고 한자로 새겨 넣었다. ‘후인’은 왕후를 뜻한다. 이만희는 각종 강연에서 자신을 “왕가의 자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만희 총회장과 비석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2년 전 김씨가 신천지를 탈퇴하자 비석을 다시 조성해 ‘김남희’라는 이름은 빼버렸다.

중앙일보

신천지 이만희의 총회장의 부모 묘소가 있는 경북 청도의 선산. 이곳에 가묘도 조성돼 있는데, 김남희 씨는 "나중에 이만희 교주가 쓸 묘소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리 마을에 위치한 '만남의 쉼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일가의 선산을 찾을 때 묵는 곳이다. 김남희 씨는 이만희 총회장 선산 앞의 과수원을 자신의 돈으로 매입해 조성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만희 총회장은 평소 ‘이만희’와 ‘김남희’의 이름을 뒤에서부터 한 글자씩 합해서 ‘희희, 만남, 이김’으로 풀었다. 희(熙)는 ‘빛날 희’자다. 이만희는 그걸 ‘빛과 빛이, 만나서, 이긴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신천지 교리의 핵심 키워드가 ‘이긴 자’다. 이만희 총회장은 신천지 내부에서 신앙적으로 자신을 ‘이긴 자’라 칭한다. ‘이긴 자’는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용어다. 요한계시록 3장 1절에는 “이기는 자에게는 내가 내 보좌에 함께 앉게 하여 주니, 내가 이기고 아버지 보좌에 함께 앉은 것과 같이하리라”는 구절이 있다.

신천지는 매년 대규모 집회를 두 차례 한다. 3월에 하는 신천지 창립 예배 행사와 9월에 하는 신천지 체전이다. 창립 예배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을 빌려서 약 2만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2012년 9월 16일에 열린 신천지 체전에서는 이만희 총회장과 김남희 씨의 공개 혼인 잔치 행사가 열렸다.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왕과 왕비의 복장을 한 두 사람이 신천지 교인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혼인식을 올렸다. 김 씨는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한 간부들은 모두 징계를 받았다”며 “그 행사 이후부터 지파장이 저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중앙일보

2012년 9월에 열린 신천지 체전에서 이만희 총회장과 김남희 씨의 혼인 잔치 행사가 마지막에 열렸다. [사진 신천지예수교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만희와 김남희는 설악에 집을 구해 살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의 생활이 동영상 카메라에 잡혀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동영상 속에서 김남희 씨는 앞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이만희 총회장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툭툭 치기도 했다. “신천지 안에서 이만희 총회장의 엉덩이를 그렇게 칠 수 있는 사람은 김남희 원장밖에 없다. ‘신천지 2인자’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신천지 안에서도 파다했다.

김 씨는 “신천지를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 2~3년만 있으면 말세가 온다고 하니까. 그때는 신천지에 붙어 있어야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요한계시록’에서 예언한 말세가 오면 신천지 생명책에 기록된 14만4000명이 구원을 받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신천지에서 서울교회 목사와 신천지총회 교육장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말 탈퇴한 신현욱 목사는 “2000년 들어서 이만희 교주는 연두 훈시마다 ‘곧 이룬다’ 고 말했다. 2010년에는 ‘14만4000명’이라고 했고, 그 해에 (숫자를 다 채우고) 완성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불발됐다”며 “신천지는 하늘의 영이 14만4000명에게 내려와 하나가 되면, 영생불사체로 홀연히 변화돼 왕 같은 제사장이 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이만희 총회장은 신천지 내부에서 '이긴 자'로 불린다.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이긴 자'는 하늘나라에서 예수의 보좌에 함께 앉는 이다. [사진 신천지예수교회]



김남희 씨는 신천지 안에서 압구정센터 원장과 여성그룹 대표 등을 맡았다. 그러다가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 소유권 분쟁이 김 씨와 신천지 사이에 불거졌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신천지를 탈퇴했고, 지금은 신천지와 법적 소송 중이다.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한때는 김남희 원장이 교회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김 원장이) 교회 재산을 횡령하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탈퇴한 게 아니라 신천지에서 제명된 것”이라고 반박한 뒤 “(이만희) 총회장과 김 원장 사이의 (남녀관계) 일은 두 분간 일이라, 총회에서는 일일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어질 후속 폭로전에서 김씨가 신천지의 예산과 헌금의 사용처 등을 건드리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 씨는 “12지파 교회 중 한 곳에 문제가 생겼다. 그럼 이만희 교주가 지파장이나 담임에게 전화로 욕을 했다. ‘그 자리에서 쫓겨날 줄 알아라’며 야단을 쳤다. 그럼 이튿날 그 지파장이 가방을 들고 와 (이만희 교주에게) 건넸다. 가방 안에는 돈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때 내가 바로 옆자리에 있었다. 짧은 시간에 수억 원씩 갖다 바친다. 그렇게 화를 냈는데, 그 돈을 받고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처리됐다”며 “이만희 교주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도 없고, 땅도 없다고 말하지만 결국 돈 문제다. 나는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위에서는 딱딱 받아가지고 돈을 모은다. 신천지 안에서 누구는 돈을 쓰고, 누구는 돈을 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건 가짜다. 이건 사이비 집단이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김남희 씨가 이만희 총회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편 신천지는 23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과천 총회 건물이 폐쇄된 데다 서울 일대에서 장소를 대여해주는 곳이 없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향후 다시 일정을 잡아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