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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김덕기 개인전 ‘눈부신 햇살 아래서’…고단한 삶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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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일까지 포스코미술관서

경향신문

김덕기의 ‘가족-함께하는 시간(봄)’(2014), 캔버스에 아크릴, 193.9×259.1㎝. 포스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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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무엇을 하냐고 물으면 나는 오늘 그림을 그린다.’

미술계 안팎에서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불리는 김덕기(51)의 작품전에 내걸린 글의 첫 구절, 마지막 구절이다. 스스로 쓴 글에서 그의 작업 태도와 다짐, 자긍심이 은연중 읽힌다. 서울에서의 미술교사를 그만두고 12년 전 경기 여주로 간 것도 전업작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김 작가는 많은 미술애호가, 갤러리들이 작품을 찾는 인기작가다. 10년 동안 해마다 다양한 전시장에서 작품전이 열릴 정도다. 물론 미술시장에서 대중적 인기작가라고 미술사적으로도 그렇게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여느 인기작가들처럼 ‘상업작가 딱지’가 붙기 쉽다.

“전 작품을 통해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정서적 교감을 하는 게 참 좋습니다. 작가들이 꺼리는 도서관 같은 다양한 공간에서도 작품전을 열죠. 사람들과 만나는 전시를 위해 오늘도 그저 묵묵히 작업합니다.”

애호가·갤러리 호평받는 인기작가

아담한 집·꽃들 만발한 정원…

20년 전 수묵화부터 최신작 망라


김 작가의 개인전 ‘눈부신 햇살 아래서’가 포스코미술관(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을 상징하는 화사한 ‘가족’ 시리즈 등 모두 50여점이 선보이는데, 20년 전의 수묵화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작품이 나와 마치 회고전 같다. “갤러리와 달리 미술관전이어서 초기 작품 등 20년간의 여러 작품을 내놓았어요. 수묵, 도자화를 보고는 놀라는 분들도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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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퀸즈 브릿지가 보이는 풍경’(2017), 캔버스에 혼합매체, 8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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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그가 왜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대중적 인기를 끄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가족’ 시리즈 등 대표 작품들이 고단함을 잊게 할 정도로 행복감을 준다. 화사한 색잔치 속에 아담한 집, 꽃들이 만발한 정원 등 그야말로 동화적·이상적 화면이다. 더 극적으로 관람객을 자극하는 것은 화면 속에 한 가족이 있고, 그 화목한 가족의 행복감이 화면 밖으로 넘쳐나올 듯해서다.

자칫 원색의 색점·색면이 충돌할 만도 한데 세심하고 감각적 붓질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수백·수천개의 색점은 저마다의 질감과 빛으로 화면에 풍성함, 리듬감까지 준다. “서양화지만 동양화에서의 격, 격조라는 개념을 늘 생각하며 작업하죠. 색점은 봄날 집 주변에서 본 새싹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다채로운 새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와 햇빛을 받는데 ‘톡톡톡’ 소리를 내는 듯하더라고요.”

다른 작가들 꺼리는 곳에서도 전시

“서양화지만 동양화 격조 늘 생각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 그리죠”


10년 넘게 ‘행복을 그리는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의 비법은 뭘까. “멀리 있지 않고 그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가까이의 가족에 있다고 봐요. 전 결국 그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작품으로 말하는 거고….”

초기작들은 지금의 캔버스에 아크릴이 아니라 한지에 수묵·혼합매체다. 사실 그는 동양화과(서울대) 출신이다. 대작인 ‘웃음소리’ 연작을 비롯해 새벽 여명을 담은 ‘세 그루의 나무’, 한 가족의 아늑한 한때를 그린 ‘휴일의 정원’ 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선이 두드러지는 서정적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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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그루의 나무’(2001), 한지에 먹 등, 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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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밝고 맑은 푸른 색감과 역시 선이 돋보이는 ‘뉴욕 맨해튼’ 시리즈, 특유의 색감과 구성을 보이는 ‘맨해튼의 봄-센트럴파크’ ‘에즈 빌리지-지중해가 보이는 풍경’ 등과 ‘여주-황금물결’ 같은 최신작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엔 그가 한때 매달렸다는 도자화, 그의 작품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있다.

미술비평가 박남희는 전시 글에서 “어렵지 않고 위로가 되는 그림은 눈의 심경(心鏡)과 마음의 형사(形寫)가 직조하는 행복서사경”이라며 “자신의 파랑새를 알아보지 못하고 타인의 파랑새를 갈망하는 욕망의 시대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소중한 주변을 환기시킨다”고 평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시장을 둘러보던 관람객들이 김 작가란 사실을 알고는 “너무 이뻐 행복한 그림” “힐링된다”며 반색한다. 팍팍한 일상 속 보통사람들에게 그는 그렇게 한 줄기 따뜻한 행복감, 위안을 안기고 있다. 전시는 3월10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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