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우산이 없다면 비를 덜 맞기 위해서는 걷는 것이 나을까요, 뛰는 것이 나을까요? [사진=영화 '클래식'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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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산이 없을 때 갑자기 비가오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뛰어 갑니다. 성격이 느긋하거나 비 피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그냥 걸어가기도 합니다. 비를 덜 맞으려면 본능처럼 뛰어가는 것이 맞을까요?
걸어가는 것이 차라리 비를 덜 맞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뛰어가야 덜 맞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자는 걸어가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만 맞으면 되지만, 뛰어가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달리는 방향 앞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몸의 전면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후자는 빗속에 노출되는 시간이 그 만큼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를 덜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요?
사람이 맞는 비의 양은 키와 몸의 넓이, 바람의 방향, 빗방울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유럽의 과학자들은 뛰는 것과 걷는 게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1987년 유럽 물리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동거리가 짧을 경우는 달리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우에도 걷는 것보다 약 10% 정도 비를 덜 맞는다고 추산했습니다. 1995년 영국의 한 과학자는 비가 올 때 초속 3m 이상의 빠르기로 이동한다면, 걷든지 달리든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두 과학자는 이런 근소한 차이라면 실제 비를 맞을 때 체감을 별로 못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굳이 뛰어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이런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연구결과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국립기후데이터센터의 기후학자 토마스 피터슨 박사와 트레버 월리스 박사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은 사람이 걷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설정했고, 바람의 영향, 달릴 때 몸을 앞으로 숙이는 등의 변수를 무시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결과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두 사람이 직접 빗속에 뛰어들어 실험합니다.
두 사람은 같은 옷을 입고 100m를 이동하면서 한 명은 걷고, 다른 한 명은 뜁니다. 이후 걸으면서 이동한 사람과 뛰어서 이동한 사람이 입은 옷의 무게를 잽니다. 걸은 사람이 입은 물묻은 옷의 무게는 220g, 뛴 사람이 입은 옷은 130g으로 약 90g 정도 무게 차이가 났습니다.
뛰어간 사람이 걸어간 사람보다 약 40% 정도 비를 덜 맞았음을 증명한 것이지요. 2012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프랑코 보치 박사는 '적절한 속도로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보치 박사는 "실제로 사람이 맞는 비의 양은 키와 몸의 넓이의 비례, 바람의 방향과 빗방울의 크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이런 사항들을 감안해서 최상의 속도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빗속을 달리면서 이런 계산을 할 수 있을까요? 보치 박사가 내놓은 정답은 간단합니다. "빗속에서 가야할 길과 풍향 사이의 코사인각 등을 계산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일반적 공식을 제시한다"면서 "최대한 빨리 달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치 박사는 "일반적으로 바람의 방향과 관계없이 빨리 뛰는 것이 좋지만, 바람이 뒤에서 불 경우에는 바람과 같은 속도로 뛰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람과 같은 속도는 또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저는 그냥 빨리 뛰겠습니다.
어쨌거나 최근 과학자들은 가만히 서 있지 않고 움직이는 한 걷거나 뛰는 것과 상관없이 같은 양의 빗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빗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비를 덜 맞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길어도 수백m 정도의 짧은 거리일 때 해당하는 이론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먼 거리를 빗속에서 이동하시지는 않겠지요? 비가 옵니다. 우산 없으시면, 뛰세요. 걷는 것보다 40%는 비를 덜 맞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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