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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가격 10배 뛴 마스크… "사재기 벌금 5000만원 내도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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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체 A사는 마스크 411만개를 매점매석한 혐의로 식약처의 단속에 적발됐다. 411만개는 국내 130개 업체가 하루 생산하는 마스크 총량 1200만개의 3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재기 때문에 시중 마스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고, 중국 반출도 많아 국내 유통량이 줄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마스크 유통업체 B사는 출고가 312원에 200만개를 받기로 제조회사와 계약했다. 하지만 제조회사가 가격을 900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해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지 못했다. 이 유통업체 대표는 "마스크 제조사들이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자 가격을 올리고 있어 판매가를 올릴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C사는 재료가 부족해 공장을 풀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10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지만 5만개도 못 만들고 있다. C사 대표는 "유통상들이 재료를 매점매석해 소량만 풀고 있어 재료 가격이 올랐다"면서 "출고가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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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 매장 내 위생용품 코너에 마스크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박용선 기자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마스크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스크 제조업체가 1개당 200~300원대에 출고하던 ‘코리아필터(KF·Korea Filter)’ 인증 마스크 가격이 4배 이상 오르면서 소비자 판매가도 5000원대까지 최대 10배 이상 치솟았다.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주고 마스크를 사려고 해도 구매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마스크 품귀현상과 가격 급등의 원인은 뭘까. 여러가지 원인 중 하나로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이 지목되고 있다. 이들이 마스크 원재료와 완제품을 매점매석해 수급을 조절하고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마스크는 주류(술) 유통과 비슷하다. 마스크 생산업체는 중간 판매상에게 주문을 받은 뒤 납품만 하면 된다. 생산만 집중하면 되고 영업은 중간 판매상 역할이다. 주류 제조사가 도매상에게 술을 출고하면 이들이 영업을 뛰는 것과 흡사한 유통 구조다. 이런 유통 구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간 판매상들의 매점매석이 용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마스크를 직접 대량 구매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중간 판매상을 통한 유통이 업계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5000만원인데, 매점매석을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단속을 해도 사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유통상들이 마스크 재료를 사재기한 것도 마스크 가격을 올린 원인이 됐다. 유통상들이 보건용 마스크 필수 재료인 멜트블로운(MB) 필터를 매점매석한 뒤 수급을 조정해서 가격이 올랐고 마스크 완제품의 출고가 인상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마스크 제조사 D업체 관계자는 "최근 마스크 출고가를 2배 올렸는데 중간 유통망에서 마스크 제조사에 MB필터를 소량만 푸는 식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MB 필터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중간 유통업자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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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인터넷 커머스에 올라온 KF 마스크 판매 광고 캡처. 마스크 1개당 5880원에 팔고 있다. /심민관 기자




마스크 제조사들도 출고가를 올린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KF 마스크 출고가는 비성수기 대비 최대 4~5배까지 올랐다. 한 유통업체 대표는 "재료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출고가를 올린 업체들이 많다"며 "5배까지 출고가를 올린 곳도 있다"고 했다.

중국으로 반출되는 마스크 증가로 국내 유통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중국에서 코리아 마스크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과 한국무역센터 수출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0일까지 대중국 마스크 수출액(1억1845만달러)은 코로나 사태가 대규모로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12월(60만달러)과 비교해 200배 정도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마스크 사재기 감시가 강화되자 중국으로 보낼 마스크 확보를 위해 중국상들이 한국인 대행업자를 통해 마스크 재료인 MB 필터를 대량 확보하고 마스크 제조업체와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마스크 업체에 MB 필터를 공급하는 대신 마스크 완제품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원가에 넘길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 제조사 E업체 사장은 "MB 필터 공급을 조건으로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최근 3번 정도 있었다"면서 "이 재료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마스크를 만든 후 30~50% 정도는 원가에 넘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6일 0시부터 마스크 수출을 10%로 제한하고 국내 생산량의 절반을 공적 판매처로 의무 출하하도록 해 마스크 수급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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