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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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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분열·공격적 선교로 교세 확장…신천지 감금 등 실체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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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신천지·이만희 총회장’

경향신문

문 열리는 신천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위해 교단시설 ‘평화의궁전’(경기 가평군) 문을 나서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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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숭배·신천지 통한 구원’ 주장에 기존 개신교선 “이단”

기존 교회에 ‘추수꾼’ 잠입시켜 신도들 빼돌려 물의 빚기도

“횡령·헌금 강요” 전 교인들 고발…검찰 수사로 규명될 듯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기독교계 신흥종교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창립자 이만희 총회장(89)의 실체가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주류 개신교가 이단으로 규정한 이래 지난 20여년 동안 신천지는 개신교 측과 갈등을 빚었지만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천지가 코로나19 핵심 확산지로 지목돼 방역을 위해 당국과 지자체들이 나서고, ‘이단 척결’을 외치는 교회들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규모나 조직체계, 선교방식, 이 총회장 행적 등이 밝혀지고 있다. 신학적·신앙적 차원에서의 실체 규명과는 별개로 그동안 개신교계와 전 신천지 교인들이 주장해온 반사회적 감금·횡령·헌금 강요 등의 의혹들은 고발이 이뤄져 검찰 수사로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천지는 그동안 크게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인 숫자는 물론 각종 시설도 전국 곳곳에서 확인됐다. 신천지가 방역당국에 제출한 명단에 따르면 교인은 국내외 24만5605명(국내 21만2324명·해외 3만3281명)이다. 예비 교인인 교육생 6만5127명을 합하면 31만여명이다. 신천지가 1984년 세워졌으니 36년 만이다.

대형교회 한 목사는 4일 “예장(대한예수교장로회) 등 교계 내에서 적극 대응해왔는데 좀 놀랍다”고 말했다. 개신교계 신흥종교 연구자는 “1980년대 세워진 신흥종교가, 그것도 이단으로 규정됐음에도 이 같은 숫자는 큰 성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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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의 성장 요인으로는 기존 개신교인, 대학가·학원가 젊은층을 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식·내용의 공격적 선교방식이 꼽힌다. 개신교계의 분열, 기존 교회들의 불투명한 재정 문제와 일부 목사들의 비리 등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 신천지 교인들과 개신교 이단대책위원회는 “신천지는 ‘추수꾼’이라 부르는 이를 기존 교회나 각종 모임에 잠입시켜 신도들을 빼간다”고 주장한다. 교회들이 ‘신천지 아웃’ ‘신천지 출입금지’ 팻말을 붙이는 이유다.

성경공부 모임은 물론 인문학·재테크·취미 등 취향적 모임을 조직해 활용하기도 한다. 김모씨(25)는 “지난해 말 두 달간 재테크 모임에 참여했는데 알고보니 신천지 관련 모임이어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선교된 이들은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거쳐 입교한다. 교인이 되면 예수 제자들 이름에서 따온 전국 조직인 12지파에 소속된다. 경기 과천의 총회본부 산하 ‘요한 지파’, 코로나19 전파지가 된 대구·경북의 ‘다대오 지파’ 등이다.

‘성경대로 창조돼 나타난 약속의 성전’이라는 신천지는 요한계시록을 강조한다. 교단 마크도 요한계시록에서 차용했고, 이 총회장도 요한계시록을 제대로 해석하는 유일한 목자라 주장한다. 신천지는 그를 ‘요한계시록을 증거하는 약속의 목자’ ‘계시록의 실상을 증거하는 대언의 사자’ ‘이긴 자’ 등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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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교인 출입 막는 교회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입구에 신천지 교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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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개신교가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주요 이유는 이 총회장 개인숭배, 신천지를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종말론 등이다. 개신교 측과 전 신천지 교인들은 “이 총회장을 ‘구원자’로 여기고 그를 중심으로 한 종말과 구원, 육체의 영생을 가르친다”며 “마지막 때(종말)가 되면 신천지를 통해 구원받은 14만4000명이 영생을 하고, 이만희는 재림 예수와 하나가 돼 영생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 총회장을) ‘구원자’가 아닌 ‘선지자’로 가르치고, 신천지예수교란 이름에서 보듯 교주는 예수님”이라고 말했다.

신천지를 세운 이 총회장의 구체적 행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천지에 따르면 ‘경북 청도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같이 기도했으나 교회에 간 적은 없다. 기도와 사역 과정에서 하늘로부터 온 천인(天人)과 영인(靈人)을 만났고 하나님께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썼으며 요한계시록 전장이 이뤄지는 사건을 체험하고 계시(열린 책)도 받았다’고 한다.

일부에선 이 총회장이 천부교 창시자인 박태선의 ‘신앙촌’ 생활을 했다고 말하지만 천부교 측은 공식 부인했다. 국가보훈처는 그가 ‘6·25 참전 유공자’라고 확인했다. 이 총회장이 1960~1970년대 이단으로 규정된 교주 유재열의 ‘장막성전 이삭교회’에서 활동한 것은 명확하다. 이 교회가 1980년대 초 신군부의 사이비종교정화사업으로 문을 닫자 이 총회장은 1984년 3월 신천지를 세웠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원장(목사)은 “교회에서 신앙적·현실적 고통이나 불만·절망을 느낄 때 그것을 잊기 위해, 또는 희망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대중신비주의에 관심을 두게 된다”며 “(신천지 성장은) 기존 교회들에도 경각심을 일깨운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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