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여파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조업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중국과 한국에 생산기지를 지니고 있는 기업들의 활동에 제약이 커졌는데 특히 조선과 자동차 등 중공업 업종의 생산·수주지연과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 우려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한국의 조선사들은 수주한 선박 건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선주들과 납품기한 연장 등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중국 양지장조선은 올해 20척의 선박을 건조한다는 목표인데 현재 인력의 20~30% 가량만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지장조선이 건조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3월 말까지 최소 80%의 인력이 복귀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선주들이 시운전이나 명명식에 참석할 수 없어 인도와 잔금 수령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으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엔진 등 주요 자재 공급차질도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삼성중공업도 선주사에 불가항력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중국공장의 생산 차질과 관련해 발주처에서는 증빙서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회의와 미팅은 화상통화로 대체되고 있으나 디테일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기술협의는 대면회의가 필수적이라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도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9일 오후 5시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0.78달러(26.1%) 하락한 30.5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날 장 중 한때 27.3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5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0.8달러(23.9%) 떨어진 34.47달러에 거래 되고있다. 브렌트유 역시 2016년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OPEC+(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연합체) 등 산유국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원유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5일(현지 시각) 추가감산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한 결과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의 비중이 높은 LNG선의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다. 2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80%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도 대폭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 국내공장도 1~2월 부품부족 및 방역문제로 가동을 멈추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하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중국 기업들의 생산이 평소의 70% 선까지 회복했고 점차 소비도 늘어나는 중"이라며 "확진자 증가가 주춤해진 점이 주효했고 2분기부터는 상황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춰야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달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 수송객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41.5% 감소했다. 중국 여객 감소폭이 74.4%에 달했고 동남아와 일본도 각각 34.2%, 51.6% 줄었다. 그나마 국제화물 수송량 증가율이 20.2%로 크게 개선된 것이 위안거리다.
이는 항공산업 전반에 부담이 되는데 특히 경남 사천지역에 집중된 국내 항공기 부품업체들의 수주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 부품업체들은 지난해 보잉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기존 수주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컸다.
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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