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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박사' 추종한 직원, 성착취 영상 즐긴 회원…'n번방 악마'는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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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모씨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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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악마는 '박사' 한 명이 아니었다. ‘박사’로 불리며 피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착취한 조모씨뿐만 아니라 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따른 ‘직원’들이 있었다.

'직원'이라 불린 이들은 조씨의 지시대로 피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거나, 도망친 피해 여성들을 찾아내 협박했다. 직원들은 조씨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박사’의 말을 잘 따랐다.

또 텔레그램 n번방(성착취 동영상 공유 채팅방의 통칭) 중 박사가 만든 '박사방'에는 돈을 내고 성착취 영상을 보러 온 유료 회원들도 있었다. 회원들은 수십~수백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박사방을 찾았다.



‘박사’의 ‘직원’들이 공범



20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박사방’에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씨와 공범 등 총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공범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공범인 ‘직원’들은 성폭행에 가담하고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및 자금세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 공범들은 피해 여성의 신상을 파악해 성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는 데 가담했고, 피해 여성이 도망가거나 돈을 주지 않으면 직접 찾아내 위협하기도 했다. 피해 여성들은 박사인 조씨만큼이나 이 공범들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공범들은 조씨와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정체를 숨겼던 조씨는 공범들에게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지시를 내렸고, 공범들과 일체 접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범들 중에서는 조씨를 직접 보거나 신상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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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운영자 신상 공개 청와대 국민청원이 동의자 20만명을 넘었다. [사진 청와대 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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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와 공범들은 채팅 어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바 모집’이라는 글을 올려 피해자를 유인한 뒤 사진을 제공 받는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돈을 줬다. 그러다가 점점 더 수위가 높은 사진을 찍도록 했고 이를 협박의 도구로 이용했다. 최종적으로 성착취 동영상을 찍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박사방 회원도 처벌"



조씨와 공범들은 이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에 올리고, 돈을 주고 입장한 유료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이 와중에 공범들은 조씨의 지시대로 유료 회원들의 신상을 털어 그들 역시 협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검거해 처벌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박사방’ 관련 피해자는 74명이다. 경찰은 조씨의 주거지에서는 현금 약 1억3000만원을 압수했다.

조씨는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며 입장료로 25만~150만원을 가상화폐로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가 얻은 범죄 수익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씨는 총기나 마약을 판다고 속여 돈을 챙기는 사기 범죄도 저질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조씨는 검거 당시 "나는 박사가 아니다"면서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해 소동까지 벌였던 조씨는 현재 모든 범죄를 시인한 상태다.

경찰은 “조씨의 범죄 수익을 추적해 몰수하려 한다"며 "모든 수익금을 국세청에 통보해 유사 범죄의 발생 가능성과 범죄 의지를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조씨의 범죄 수익을 추적하는 중이다.

또 경찰은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씨가 소지하고 있는 영상 원본을 확보해 폐기하기로 했다. 이미 유포된 영상물에 대해서도 여성가족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삭제할 방침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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