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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美 ITC "SK 측 악의적 증거 인멸 '범행'…조기패소 판결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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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戰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결정 판결문 공개
"SK 측 법정모독으로 소송에 상당한 어려움"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패소한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 측의 고의적인 증거 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소송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SK이노베이션의 구체적인 범행 사실을 기술했다.

ITC는 22일 공개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관련 조기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의 판결문을 통해 "영업비밀침해 소송은 '증거인멸 행위'에 아주 민감하고 영향을 받기 쉽다"며 "이런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 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 뿐"이라고 확인했다. ITC가 내린 조기패소 결정은 변론 등 절차 없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최근 10년 동안 ITC의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힌 경우는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조직적인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경쟁사(LG화학)의 영업비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후 소송이 제기돼 증거를 보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ITC는 "SK 측의 문서훼손 행위는 영업비밀 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 의도를 갖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LG화학 출신 SK이노베이션 직원 PC에서 발견된 엑셀 문서가 추가 증거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이 문서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개가 나열됐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됐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문서를 삭제해 완전한 사실관계 자료(증거) 확보 자체를 방해했다"며 "남아 있을 수 있는 문서를 복구하기 위해 내려진 포렌식 명령도 고의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SK 측의 이런 범행 때문에 "LG화학이 제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었고 판사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 ITC의 입장이다. ITC는 "이번 조기패소 결정이 단순히 SK이노베이션을 처벌하기 위한 것일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예비걸정에 대해 지난 3일 검토 신청을 했고, ITC는 다음달 17일까지 검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ITC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이면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와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검토 신청을 거부하면 관세법 337조 위반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고 10월까지는 관련 조치와 공탁금에 대한 최종결정만 내린다.

그동안 ITC 예비결정이 뒤집힌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비춰볼 때 양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 제품은 10월부터 수입 금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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