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증권사 총 1천70여개 상품에 손실 '경고등'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의 DLS 등 원금손실 위험발생 공지 |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김기훈 기자 = 세계 증시 주가와 국제유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규모가 1조5천억원을 넘어섰다.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할 경우 향후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천77개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천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DLS는 약 574개, 잔액은 약 8천847억원이며, ELS는 약 503개, 잔액은 약 6천247억원이다.
이들 상품은 개별 상품별로 구체적인 조건은 상이하지만, 대체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가량 하락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가 크게 떨어진 데다가 주요 산유국 간 '유가 전쟁'이 벌어지면서 국제 유가마저 폭락하자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ELS·DLS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중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또는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원유 DLS의 경우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WTI가 약 65.9%, 브렌트유가 약 63.8% 폭락하면서 줄줄이 원금 손실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지난 2월 기준 잔액은 9천140억원이며, 원유 DLS의 대부분은 기초자산에 WTI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공지한 DLS 잔액 규모를 고려하면 원유 DLS의 90% 이상이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ELS의 경우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한 상품 대부분이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최근 유럽지역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서는 등 유럽의 코로나19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유럽을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하는 지경이 됐다.
그 결과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1%나 하락, 관련 ELS를 무더기로 원금 손실 구간으로 몰아넣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41조5천664억원으로, 전체 ELS 잔액 48조6천296억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유럽의 코로나19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유럽 경제 위축 및 주가 하락이 심화할 경우 원금 손실 구간으로 떨어지는 ELS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른 주요국 주가지수들도 급락장세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2.1%,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1.4%, 코스피200 지수는 30.5% 각각 급락한 상태여서 향후 주가 급락이 지속되면 관련 ELS들도 일제히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들 상품은 아직 손실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며,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동안 5천여명 증가하는 등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 추세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4.55%), S&P500 지수(-4.34%), 나스닥 지수(-3.79%)는 일제히 급락했다.
같은 날 국제유가도 유가 전쟁을 촉발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WTI가 배럴당 22.53달러로 전날보다 10.6%(2.69달러) 폭락, 관련 상품들의 원금 손실 현실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원금 손실 가능성 발생 ELS·DLS 개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료=각 증권사 홈페이지)
jh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