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무마 혐의(직권남용)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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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여성들의 성을 착취한 일명 'n번방 사건'의 피의자들 신상공개가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가 조 전 장관이 장관 시절 만든 '인권보호수사규칙'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에 직접 반박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근거 법률은 이하 2개"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 8조의2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n번방 사건'은 성폭력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신상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제시한 성폭력특례법 제2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이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의 예외는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제2조제1호에서 정의하는 '청소년'일 경우뿐이다.
조 전 장관이 함께 소개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제8조의2도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조항이다.
이 조항은 검사와 사법경찰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출 때에 한해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조 전 장관이 법적 근거를 들어가며 이같이 주장한 것은 미래통합당 등이 "n번방 가해자들의 영웅은 조국"이라며 조 전 장관을 겨냥한 논평을 낸 데 직접 대응하는 것으로 읽힌다.
정원석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논평에서 "n번방 피의자들의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권보호수사규칙을 통해 자신의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정의를 남용한 포토라인 공개 금지 수혜자 제1호 조 전 법무부 장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당국은 '조국발(發) n번방 선물'이나 진배없는 포토라인 공개금지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 대변인이 지적한 인권보호수사규칙은 조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장관 재임 중 시행을 결정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법무부 규정이다.
다만 정 대변인이 지적한 인권보호수사규칙 전문에는 포토라인이나 신상공개 내용은 없다. 정 대변인이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함께 만들어진 또 다른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과 헷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규정에 포토라인 설치 관행 폐지와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자 신분 노출 금지가 명시돼있다.
이 때문에 조 전 장관이 포토라인을 폐지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은 정 대변인 외에도 이어졌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전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포토라인 폐지가 수사기관 개혁이자 인권 수사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수사와 n번방 피의자나 박사에 대한 수사는 다르다고 할 것"이라며 "사람을 가려 포토라인에 세우면 당신들이 말하는 수사 준칙은 인권수사가 아니라 특권 수사"라고 지적했다.
현행 규정에서 검찰에서는 포토라인이 폐지됐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의 과정에서는 피의자 얼굴의 자연스러운 노출이 가능하다. 다만 박사방 피의자 '박사'는 자신의 영장실질심사에 오가는 동안 얼굴을 스스로 가렸다.
한편 경찰은 검거된 n번방 피의자 '박사'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24일 열고 박사의 얼굴과 이름 등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전날 SBS에 따르면 '박사'는 조주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25세 남성으로 한 대학 학보사 기자로도 활동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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