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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책과 삶]청년과 공생의 길, 은퇴 후 고향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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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 252쪽 | 1만4000원

경향신문

베이비부머들은 앞 세대들은 은퇴하고도 남았던 65세 이후에도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사진은 2013년 3월2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장년층 일자리 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는 노인 구직자의 모습.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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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의 저자인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믿는다. 이 책에 앞서 <지방도시 살생부>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썼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3권은 모두 이 주제로 연결돼 있다. 가장 먼저 나온 <지방도시 살생부>(2017)는 지방 중소도시의 생존을 위해 ‘압축도시’ 전략을 제시한다. 쇠락해 가는 지방 중소도시를 모두 살리려다가는 ‘공멸’로 갈 것이 뻔하니 흩어져 있는 인구를 모으고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집중하는 압축도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2018)는 수도권에 맞대응할 수 있는 지방 대도시권 육성을 강조한다. “지방 대도시권이 성장해야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젊은 인구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 교수는 “지방 대도시권은 수도권의 독식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했다.

‘지방 살리기 시리즈’의 3권 격인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 속에서 거대 세력으로 부각될 ‘베이비부머(베이비붐 세대)’를 주목한다. 베이비부머라는 거대한 인구집단이 올해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층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는 보통 전쟁 이후 급격한 출산율 상승 시기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나라마다 제각각인데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까지 19년 동안 태어난 인구를 말한다. 반면 일본은 1947년부터 1949년까지 3년간 태어난 이른바 ‘단카이 세대’를 베이비부머로 부른다. 한국은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부머, 또는 ‘1차 베이비부머’로 여긴다. 앞에 굳이 ‘1차’란 말을 넣은 것은 이후에 한 번 더 베이비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1968년부터 1974년까지 7년 동안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있었다. 1차 베이비부머가 출산율의 엄청난 증가에 기인했다면, 2차 베이비부머는 정부의 출산억제책으로 출산율이 떨어진 가운데에서도 가임 여성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1955년부터 1974년까지 태어난, 그러니까 현재 46~65세인 사람은 총 1685만명이다. 한국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2019년 43세였던 한국의 ‘중위연령’은 2030년에 50세가 된다. 인구 절반이 50세 이상이란 의미다. 이런 인구구조로는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만들어놓은 연금도 복지도 소용이 없다. 베이비부머들은 앞 세대들은 은퇴하고도 남았던 65세 이후에도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 사회가 유지된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일자리를 놓고 자식세대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마 교수는 주장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청년들이 없는 지방으로 떠나라.”

그러나 ‘자식들에게 양보하라’는 말만으로는 베이비부머들을 지방으로 보낼 수 없다. 베이비부머가 지방으로 갈 동인이 있어야 한다. 마 교수는 “지방에는 청년보다 베이비부머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더 많다”고 말한다. 또 “베이비부머의 절반은 산업화 시기 이촌향도의 흐름을 타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므로, ‘유턴’을 할 경우 적응에도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귀향을 꿈꾸는 베이비부머들도 상당히 많다. 2011년 국토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955~1964년생의 65%가 ‘은퇴 후 농촌으로 이주하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50대의 42%, 60대 이상의 34.3%가 농촌 이주에 관심을 표했다. 실제로도 2018년 통계청의 인구 이주 자료를 보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40~60대가 도시지역에서 농촌지역(행정구역상 군 지역)으로 순유출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마 교수는 “앞으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되는 것에 맞춰 이주를 돕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면, 귀향의 흐름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책에서는 ‘무 자르듯이’ 명확한 주장이 이어진다. 마 교수는 “베이비부머의 귀향은 현재 청년들이 안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경감해 줄 것이다. 청년들은 대도시에서 변화된 산업을 이끌어가며 미래를 꿈꿀 것이다. (…) 베이비부머는 ‘새 터’에서 ‘새 일’을 하며 인생의 후반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시나 명확한 조건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뒷받침할 수많은 정책들을 시행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마 교수가 책 마지막 장에서 인정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베이비부머 대부분은 ‘남성’이다. 또 다른 절반의 베이비부머인 여성들이 남편을 따라 선뜻 귀향을 선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마 교수는 “귀농·귀촌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여성 베이비부머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해당 분야 전문가의 보다 심도 깊은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고 썼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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