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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美 2조달러 부양책, 상원이 투표직전 급제동 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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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가 호텔 리조트 때문에 막판까지 갈등

지난 25일 밤(현지 시각) 미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을 입은 미 경제에 2조달러(약 2440조원)를 쏟아붓는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을 투표에 부치기 직전에 급제동을 걸었다.

조선일보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미 의회에서 2조달러 경기부양책이 상원에서 통과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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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5일간 시간을 다퉈가며 공화당 측과 협상한 합의안이었다. 민주당 측은 처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호텔·리조트들은 세금이 들어가는 이 경기부양책의 혜택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못 박았고, 그래서 합의안도 대통령이나 자녀·배우자·인척 등 개인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부양책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막판에 다시 민주당 내에서 이들 개인이 지분 일부를 가족이나 친척에게 팔아 ‘20% 이상’ 금지 조항을 빠져나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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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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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머는 부랴부랴 다시 2시간 동안 공화당 의원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이 허점을 막는 협상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이들 개인이 ‘합쳐서’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최종 법안은 트럼프를 명시하지 않고, 지원 금지 기업의 소유자로 대통령 외에 부통령과 장관, 연방 의원들을 포함했다. 이 법안은 25일 밤 12시 직전에 96대0으로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업체에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느라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자신의 기업이 경기부양책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줄곧 “모르겠다” “어떤 지원을 할지 아는 게 없다”며 확답을 피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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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으로 25일(현지 시각)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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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관광업이 주력인 트럼프의 비즈니스는 사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봤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마이애미 등지의 트럼프 호텔은 다 폐쇄됐고, 트럼프가 소유한 플로리다주(州) 리조트인 마러라고도 문을 닫았다. 워싱턴 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도 객실 점유율이 5%에 불과하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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