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경영 악화가 온전히 탈원전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회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석탄화력 발전으로 60~70% 정도 된다. 환경규제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석탄발전 수요가 줄다 보니 두산중공업 매출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자회사인 두산건설 부실화가 재무구조 악화를 부채질했다. 그러나 탈원전이 아니었다면 두산중공업이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할 지경까지 올 일은 없었다. 현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기왕 계획돼 있었던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이로 인한 두산중공업의 매출 손실은 최소 7조원이다. 신형 원자로 제작을 위한 투자비, 사전제작 비용으로 허공에 날린 돈만 7000억원이다. 이 손실이 없었으면 두산중공업은 어떻게든 꾸려 나갔을 것이다. 탈원전이 자생력 있는 기업을 도산 위기로 몰고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책은행 지원 사태를 불렀다.
1조원 수혈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업황이 바뀌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주 매출원인 석탄발전은 밑바닥까지 내려온 유가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활로는 원전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가 마음먹으면 가능한 방법이다. 급한 대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매출 가뭄에서 한숨 돌리게 한 뒤 해외 수주를 도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일자리는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공황 때처럼 필요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탈원전을 멈추면 기업과 기술,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외면하면서 '비상'과 '특단'의 대책을 외치는 것만큼 공허하고 딱한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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