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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병주고 약주고` 두산중공업 살릴 큰 그림도 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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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전신인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원자력 등 발전설비 부문에서 독보적 기술과 시장점유율을 자랑해온 회사다. 한국 원전이 세계적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는 두산중공업이 기여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런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 한국 원전 산업이 처한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두산중공업 경영 악화가 온전히 탈원전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회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석탄화력 발전으로 60~70% 정도 된다. 환경규제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석탄발전 수요가 줄다 보니 두산중공업 매출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자회사인 두산건설 부실화가 재무구조 악화를 부채질했다. 그러나 탈원전이 아니었다면 두산중공업이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할 지경까지 올 일은 없었다. 현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기왕 계획돼 있었던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이로 인한 두산중공업의 매출 손실은 최소 7조원이다. 신형 원자로 제작을 위한 투자비, 사전제작 비용으로 허공에 날린 돈만 7000억원이다. 이 손실이 없었으면 두산중공업은 어떻게든 꾸려 나갔을 것이다. 탈원전이 자생력 있는 기업을 도산 위기로 몰고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책은행 지원 사태를 불렀다.

1조원 수혈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업황이 바뀌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주 매출원인 석탄발전은 밑바닥까지 내려온 유가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활로는 원전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가 마음먹으면 가능한 방법이다. 급한 대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매출 가뭄에서 한숨 돌리게 한 뒤 해외 수주를 도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일자리는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공황 때처럼 필요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탈원전을 멈추면 기업과 기술,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외면하면서 '비상'과 '특단'의 대책을 외치는 것만큼 공허하고 딱한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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