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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레이더P] 여야의 비례 후보 1·2번,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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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통상 비례대표 1번(여성 배정)과 2번에 해당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배치한다. 비례대표 투표가 중요해진 이번 21대 총선에선 이 명단을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각 당이 어떤 후보를 1·2번에 배치했는지 살펴본다.


1. 더불어시민당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등 비례대표 후보자들과 만나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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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1번은 대한가정의학회 코로나대응TF에서 활동한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다. 감염병 전문의인 신현영 후보는 명지병원 코로나 역학조사팀장을 맡아 코로나19 사태 일선에서 일했다. 비례대표 2번은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다. .

그러나 이 후보들이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의 상위 순번에 배치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더불어시민당이 뒤늦게 출범하면서 공모(18~22일)부터 심사(22~23일), 순번 결정(23일 밤), 선거인단 찬반투표(24일)까지 과정이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신 후보의 경우 후보 원서 제출부터 순번 결정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22일 오후 3시에 시민사회단체 공모를 마감한 더불어시민당이 23일 오전에 추가 공모를 했는데, 신 후보는 이때 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23일 밤에 순번이 결정되고, 24일에 선거인단 찬반투표가 이뤄지면서 '번갯불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 미래한국당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 1번을 고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미래통합당 영입 인재였던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당초 공병호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당선권 밖인 21번을 받았다. 윤주경 후보뿐 아니라 통합당의 영입 인재가 당선권(20번 이내) 안에 1명밖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공천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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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이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를 거친 40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확정했다. 윗줄 왼쪽부터 비례대표 후보 1번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2번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3번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4번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5번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6번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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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통합당 최고위를 긴급 소집하는 등 통합당이 강경한 조치에 나섰고, 결국 통합당이 독립운동 정신을 기치로 통합을 이뤄내겠다며 윤 후보를 1번에 배치했다. 2번에 배치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애초에 당선권에 없다가 23일 윤 후보와 함께 상위 순번에 배치됐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 교수를 2번에 배정해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집중 비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 민생당

민생당은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1번에 배치해 국민 안전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난 13일부터 민생당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민생당 비례대표 명단에서 논란이 불거진 건 손학규 전 바른비래당 대표다. 23일까지만 해도 민생당은 손 전 대표의 비례대표 신청설이 돌자 부인했다. 그러나 26일 손 전 대표가 2번으로 결정됐고 논란이 일었으며, '노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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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당 김명삼 신임 공관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편은 민생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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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민생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7일 손 전 대표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했다. 민생당 지지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선이 불가능한 순번이다. 2번에는 36세 청년인 이내훈 상근부대변인이 배치됐다.


4. 정의당

정의당은 지난 6일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을 1번, 장혜영 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을 2번에 배치했다. 류호정 후보는 대학생 시절 게임방송 BJ로 이름을 알렸고 게임계 노조 설립을 위해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2번을 받은 장혜영 후보는 영화감독 출신이다. 두 후보 모두 기존 정의당 주류가 아닌 20·30대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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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게임"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재신임을 받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인 류호정 씨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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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 명단 발표와 동시에 류 후보의 과거 행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류 후보가 2014년 남자친구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LoL)' 계정을 맡겨 '대리 게임'을 한 점이 알려지면서다.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은 "롤 대리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쉽게 비유하자면 '대리 시험'에 걸렸다고 보면 된다"고 비판했다.

류 후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금전 거래나 경제적 이익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5.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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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서울 마포구 서강로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국회의원 전체 후보자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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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했다. 비례대표 명단 1번에는 최연숙 대구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2번에는 이태규 의원이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2주간 동산병원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초선인 이 의원은 안 대표의 측근으로 통한다. 정치권에선 "측근 봐주기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5. 열린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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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민주당 김진애, 최강욱, 김의겸, 주진형 등 비례대표 후보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약정책회의에서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파이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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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만든 열린민주당은 비례후보 1번으로 김진애 전 의원, 2번으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배치했다. 김 전 의원은 MIT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이다.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거쳐 18대 국회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논란의 핵심은 2번 최강욱 후보로 대표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다. 최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에서 공천받지 못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열린민주당 비례후보(4번)로 출마한다. 청와대는 "청와대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선택"이라며 선을 긋지만, 열린민주당은 "대통령의 입(김의겸 후보)과 칼(최강욱 후보)이 왔다"며 이들이 청와대 출신임을 내세우고 있다.


6. 우리공화당·친박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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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 비례대표 2번 서청원의원, 친박신당 비례 2번 홍문종의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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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은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최혜림 우리공화당 대변인을 배치했다. 최혜림 후보는 포스코 ICT 기술전략그룹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2번으로는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을 배치하며 당의 정체성이 친박임을 드러냈다. 서성건 공천관리위원장은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정체성, 전문성, 청렴도와 도덕성, 태극기집회 참여도와 투쟁성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후보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친박신당의 비례 1번에는 장정은 전 국회의원이 결정됐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갈라선 뒤 친박신당 창당을 주도한 홍문종 대표는 비례대표 2번에 배정됐다.

[백길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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