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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라크전쟁 파견 때보다 더 두려워" 유서 써놓고 사투 벌이는 美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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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뉴욕소방국 의료진이 애머스트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동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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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꼭 화장해주세요. 장례식 때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틀어주세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코로나19 감염환자를 치료 중인 응급의학 전문의 안드레아 오스틴 박사는 최근 자신의 장례 절차를 미리 확정 지었다. 사망 시 동료 의료진 중 누가 사후 절차를 밟아줄 것인지 등을 기록해 가족과 공유한 것이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하면서 "이라크 전쟁에 파견됐을 때보다 훨씬 두려운 심정"이라며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 직면한 의료인으로서의 공포를 털어놨다.

세계 최다 코로나19 발병국이 되어버린 미국에서 목숨을 걸고 현장에 출근하는 의료진의 희생정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현실에 유서를 쓰고 자신을 위한 사후 계획들을 정해놓고 '전쟁터'로 뛰어든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911의 응급구조대원들이 압도적인 환자 수에 "끔찍하다"는 심경을 고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매일같이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누구를 병원에 먼저 보낼 것인지, 누구를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하는 결정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에서는 이틀 만에 추가 사망자 1000명이 발생하는 가운데 마스크 등 의료장비 재고도 떨어져 가고 있다. 의료진은 자원봉사자들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준 마스크를 쓰거나 비닐을 몸에 두르고 환자들을 진료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WP는 "의사들도 그들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현실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면서 "의료인 전체가 이처럼 무차별적인 위기에 몰렸던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응급실과 긴급치료센터에서는 시간마다 환자 수가 폭증하면서 바이러스 리스크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자신의 은행계좌, 비밀번호, 청구서, 생명보험 내용들을 정리해 가족과 친지에게 전달하는 의료인들의 사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 의료진까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절망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뉴욕시 마운트 시나이 웨스트 병원의 응급실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뉴욕주간호사협회는 최소한 67명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응급의료서비스 종사자 노동조합은 확진 판정자가 50명 이상이고 유증상자도 400명을 넘었다고 추산한 바 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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