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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원격수업 여건 격차 커, 교육 불평등 키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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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발표]



원격수업 혼란 최소화 급선무

정부 “이르면 4월말 등교 예상”

지역별 감염 상황 등 봐가며

학년·학급별 등교일 나눌 듯

한동안 원격수업 병행 가능성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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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교육부가 발표한 단계적 온라인 개학 일정을 보면,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오는 9일부터, 고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부터,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부터 학사일정을 시작한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원격수업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어서, 당분간 일선 학교에서 빚어질 혼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디지털학습 여건에 따른 격차도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향후 등교 개학은 전국 모든 학교가 동시에 하는 대신, 지역별 상황에 따라 일부에서 먼저 시작해 원격수업과 병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방안에 따라, 개학일에 따라 감축해야 하는 수업일수는 각기 달라지게 된다. 모든 학교들은 지난 3차례 개학 연기 기간 동안 법정 수업일수 190일 가운데 열흘을 줄인 상태다. 9일 개학하는 고3과 중3은 3일을 더 휴업해야 하므로 올해 줄어드는 수업일수가 13일이 된다. 또 16일에 개학하는 고1~2, 중1~2, 초4~6은 7일 더 휴업하므로 17일, 20일에 개학하는 초1~3은 9일 더 휴업하므로 19일을 줄여야 한다. 이런 차이는 학사일정의 시급한 정도와 원격수업 적용의 실효를 함께 따져본 결과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피시·스마트기기 등을 이용한 원격학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던 데 견줘, 고등학생은 원격수업에 친숙한 반면 입시 등 학사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데 따른 불안이 컸던 상황이다.

모든 학교와 교사들은 1일부터 교원 자체 연수, 플랫폼 선정 등 온라인 개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원격수업에 쓸 플랫폼과 콘텐츠는 학교별·교사별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개학일로부터 2일 동안은 교사와 학생들이 원격수업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온라인 개학식을 여는 등 ‘적응 기간’을 가진다. 원격수업은 정규수업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출석수업만큼의 수업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격수업도 출석수업처럼 나름의 시간표에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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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원격교육 준비·점검팀’을 만들어 원격수업의 현장 안착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e)학습터·온라인클래스 같은 시스템 점검, 수어 제공과 순회교육 실시 등 장애학생을 위한 기반 구축 등에 나선다. 전국 490곳의 원격수업 시범학교 운영에서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교사들과 ‘1만 커뮤니티’를 만들어 의견을 주고받는 등 교원 역량 강화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고육지책’으로 실시하는 원격수업이다 보니, 우려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학교별·학생별·교사별로 원격수업을 실시할 여건과 역량의 차이가 곧바로 교육 불평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엔 원격수업 진행 자체가 가능할지, 또 아이가 장시간 스마트기기 등에 노출되는 것이 적절한지 등의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가 가정방문을 한다든지, 학습지를 우편 배달하고 그것을 다시 받아 점검하고, 전자우편·전화를 통해 확인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기 어렵다면 등교 개학 시점에 다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날 “향후 지역별 감염증의 진행 상황과 학교 여건을 고려해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의 병행 등 탄력적인 학사 운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지역별·학교별·학급별로 상황을 봐서 출석수업을 시작하고 이를 점차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밀집도가 높은 학교의 특성상 학교 안에서 ‘거리두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학년별로 나누거나 3분의 1씩 등교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나눠 밀집도를 낮추면 출석수업을 좀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출석수업 병행이 가능해지는 시기에 대해 “4월 말부터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은 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이 심하지 않은 지역 먼저 병행 수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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