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스크래블(알파벳을 조합해 단어를 만드는 게임)을 할 때는 실생활에서 쓰지도 않는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Z'와 같이 사용 빈도수가 적은 알파벳을 사용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개봉한 은 인생을 이 스크래블 게임에 빗대 행복을 말한다.
이야기는 아들 피터(샘 라일리 분)가 아버지 알란(빌 나이)과 함께 어린 시절 실종된 형일지도 모르는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 데서 시작한다. 아버지와 보드게임을 즐기던 형이 실종된 후 피터는 형과 그의 부재가 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른이 됐다. 아버지와 아들은 시신 안치소로 가는 길부터 티격태격한다. 설상가상으로 시신 안치소에 도착하니 직원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찍 퇴근하는 바람에 그날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자 피터는 자기 뜻과 달리 아버지와 근처 숙소에 묵게 된다.
아버지 알란은 큰아들 마이클과 함께한 스크래블 게임에 집착하는데, 이 스크래블 게임은 인생에 대한 은유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게임판에 글자 타일을 올려 단어를 만든다. 상대는 이미 놓여있는 단어 타일에 이어 또 다른 단어를 만들어 점수를 올려야 한다. 영화 속에서 여러 차례 진행되는 스크래블 게임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단어들로 게임판이 채워진다. 아들 피터는 "난 스크래블이 싫다. 단어를 생각해내지만, 점수에만 목을 맨다"고 말한다.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
좋아하는 단어로 채우지 못하고 실제로는 쓰지도 않는 낯선 단어로만 채운 스크래블 게임판은 가까이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멀리서만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와도 같다. 옆에서 함께한 아들과의 행복 대신 다른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사는 알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터는 그런 아버지에게 고백한다. "평범한 하루가 곁에 있는 아들이 꿈꾸는 행복이다"라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메가폰을 잡은 칼 헌터 감독은 웨스 앤더슨 감독한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
곳곳에서 보이는 연극적인 장면이나 저화질 애니메이션 장면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안치소로 자동차를 타고 가는 장면은 이들이 차 안에 앉아있긴 하지만 앞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자주 클로즈업되는 소품들 역시 두 사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러브 액츄얼리'(2003)와 '어바웃 타임'(2013)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빌 나이와 '말레피센트' 시리즈에 출연한 샘 라일리의 부자 연기 호흡이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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