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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세계와우리] 코로나19 이후 국제정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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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회피 경제전략 강화 전망 / 美·中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 / 韓 안보 선택 강요당할 가능성 / 친중·친미 ‘2분법 접근’ 피해야

코로나19 전(BC)과 후(AC) 시기로 구분될 만큼 코로나19가 국제관계와 미·중 전략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의 수석경제자문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뉴, 뉴 노멀(new, new normal)” 시기의 시작으로 지칭하기도 하였다. 세계적인 경제 하강을 경험하는 가운데, 기존의 글로벌 공급 사슬이 해체되고, 위험회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관리, 경제적 수단의 무기화가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중 간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코로나19는 당면한 미·중 전략경쟁을 잠재우기는 하였지만, 전략경쟁 자체는 향후 더 확대되고 깊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의 위험 회피 경제관리 전략은 미·중 경제를 더욱 탈동조화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미·중 관계에서 상호에 대한 관용성도 크게 약화되었다. 경제적 쇠퇴에 직면하여 서로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영국 간의 우위를 위한 경쟁 모델이 미국·소련 간의 생존을 위한 경쟁 모델에 가깝게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코로나19 사태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제4차 산업혁명 부문에 대한 투자에서 미·중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과학기술 부문에서의 민족주의와 보호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새로운 국제표준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미·중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과 전쟁은 가급적 피하려 노력하겠지만 남중국해, 대만, 동중국해 해역을 둘러싼 국지적 충돌의 가능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해양 영향권을 증대시키고, 대만을 고립시키기 위한 해·공군 및 전략적 역량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역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재조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의 와중에서 지난 3월 27일 ‘타이베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중국을 압박하는 조치를 강화하였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코로나19 사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약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상황판단은 안이하고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제적 리더십도 실종되었다. 중국의 대미 자신감은 크게 제고되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은 더 이상 수세적인 대응전략에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이 위기를 중국의 국제적인 영향력 확대 및 대미 주도권 확보라는 기회로 전환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매력공세 외교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현 상황에서 지난해 말 미국과 합의한 무역협정을 준수하려는 큰 동기를 찾지 못할 것이다. 2단계 합의로 진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더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국내 정치는 점차 친미냐 친중이냐의 이분화되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러한 2분법적 접근을 정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할 선택이다. 어느 한쪽을 택하든 다른 한쪽으로부터 오는 보복은 우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북핵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미·중 어느 누구도 북핵문제 해결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과 한국으로부터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북핵의 존재가 필요하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핵·미사일은 한국에서 미군의 철수를 이끌어 낼 가장 강력한 카드이다. 이미 “강국”의 국가 정체성을 지닌 북한에 비핵화는 선택할 옵션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상대적 퇴조에 따른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의 구축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대이자 안전판이고, 한국은 중국이 반드시 타개해야 할 린치핀이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이 향후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은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안보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당할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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