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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배민 ‘깃발꽂기’ 없앤다는데…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부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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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매출 5.8%’ 오픈서비스 제도 운영

“사실상 수수료 인상” 자영업자들 반발

이재명 경기지사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


한겨레

배민 배달 라이더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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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1일부터 8만8천원 정액 광고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5.8% 수수료 제도로 수익 정책을 바꾼 가운데 ‘수수료 인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배민은 “영세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인상이나 다름 없다”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이재명 경기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 배민의 횡포?…정치권의 비판 = 이 지사는 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민 수수료 인상’과 관련된 기사와 함께 글을 올렸다. 그는 “독과점 횡포가 시작되는 것 같다.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5일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은 국회에서 4월 총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의 민족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고 이 지사의 지적을 이어갔다.

배민은 1일부터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받는 ‘오픈서비스’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월 8만8천원을 내면 음식점 목록 상단에 가게 이름이 노출되는 ‘울트라콜’ 정액 광고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울트라콜 제도 하에서 자금 동원력이 있는 매장들이 많게는 수 십개의 울트라콜 광고를 중복해서 노출하는 ‘깃발꽂기’ 문제가 불거지자, 일주일 뒤인 다음달 2일 ‘오픈서비스’라는 새 과금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서비스 제도에 대해 배민 쪽은 “그동안 전체 매출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금액이 5.8%가 넘었던 가맹점 52.8%에는 수수료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서비스 정책을 비난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일부 과도한 측면도 있다. 오픈서비스 제도 시행은 지난해 12월13일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 결합 발표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일방적으로 “독과점 횡포 시작”이라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는 셈이다. 이미 공표하고 예고한 바 있는 내용이어서다.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2위 업체인 요기요는 매출의 12.5%를 수수료로 받고 있어서 배민의 수수료율 5.8%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또 배민이 울트라콜과 함께 운영하던 수수료 제도 ‘오픈리스트’는 수수료율이 6.8% 였는데 새 제도는 여기서 1%포인트 낮춘 수수료를 받는다.

■ 자영업자들이 지적하는 “배민의 모순” = 정치권의 무리한 배민 비난과는 별개로, 배민으로 주문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새 제도 하에서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호소한다. 경기 수원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변재도씨는 “그동안 울트라콜 광고를 4개 쓰면서 광고비를 35만원 정도 부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픈서비스가 시행되면 3월 매출 3천여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수수료가 180만원으로 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소속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박승미 정책위원도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브랜드 이름이 있다보니 울트라콜을 1∼2개 수준으로 적게 운영하는 가맹점도 많았다. 하지만 울트라콜을 1개만 사용하던 협의회 소속 한 점주의 사례를 보면, 수수료 부담이 8만8천원에서 70여만원으로 훌쩍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행한지 5일째이기 때문에 배민의 새 수수료 제도가 정말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더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배민은 현장의 자영업자들이 지적하는 “배민의 모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부장은 “2015년 ‘배민 수수료 0원’ 발표 당시, 많은 자영업자들이 배민으로 들어갔다. 그 때 회원이 된 자영업자들에게 이제와서 더 부담이 큰 수수료를 내라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류 부장은 “배민은 매출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낮춰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출이 적게 나오는 곳은 영세한 곳일 수도 있지만 배달이 주된 매출이 아닌,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가는 홀 매출에 주력하는 식당인 경우도 많다”며 “배달 매출이 많이 나오는 가게들은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배달에 생계를 거는 집이란 뜻도 된다. 이런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수수료 정책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담이 커지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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