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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봉쇄도시 우한의 60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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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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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95 마스크만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N95 마스크를 전혀 구할 수 없다. 집에서 마스크를 씻고 다리미로 소독해 재사용해야 한다. 비참하다."(1월 28일 세 번째 일기) "리원량 박사 사망 소식을 들었다. 우한의 모든 시민이 그를 위해 울고 있다. 슬프다."(2월 7일 열세 번째 일기)

코로나19가 후베이성 우한을 강타한 직후 봉쇄된 도시에 갇힌 팡팡(方方·65)이라는 이름의 중국 소설가가 개인, 가족, 시민의 삶을 차분하게 기록했다. 세계가 그의 '1인칭 진술'에 주목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와 위챗에 올린 글은 검열 탓에 반복적으로 지워졌지만 한 블로그 사이트 차이신(caixin)에 가까스로 연재됐고, 그의 고백록은 균보다 빠르게 우한의 얼굴을 세계로 실어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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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의 '우한 일기'가 한국에서 출간된다. 9일 문학출판계에 따르면 '우한 일기'를 영국 기반 세계적 출판사 하퍼콜린스가 출간하고, 한국어 판권은 출판사 문학동네가 가져갔다. 하퍼콜린스는 펭귄랜덤하우스, 사이먼앤드슈스터, 아셰트, 맥밀런을 거느린 글로벌 출판그룹으로 '우한 일기'가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학출판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실상을 1인칭 시각으로 전한 팡팡의 글은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정확하고 선명한 문학적 기록"이라며 "하퍼콜린스 출간은 8월로 예상되며 문학동네도 비슷한 시기로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 측은 "팡팡의 '우한 일기'가 코로나19 시대에 위로가 되리라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마스크를 빨아 쓰는 일상부터 통제의 덫에 빠진 시진핑 정부를 향한 일침까지 가공하지 않은 내용을 담은 '우한 일기'의 블로그 공식 방문자 수는 430만명이다. 웨이보와 위챗 또 다른 언어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고려하면 수십 배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한 일기'를 두고 "중국 당국의 허세와 관료주의를 비판해 온라인 스타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팡팡의 동료 작가 옌롄커도 최근 한국·일본에 보낸 기고문에서 "팡팡의 일기는 이번 역병 재난에 대한 '기억의 화석'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팡팡의 '우한 일기'는 총 60회가 연재된 글로 1월 25일 처음 글이 게재됐고 최종회는 우한 봉쇄가 풀린 3월 25일이었다. 두 달간의 기록인 셈이다. 연재 초기에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시민을 위로하는 분위기였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섣불리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중국 당국을 비판하거나 침묵하던 지식인과 작가를 일깨우는 어조로 바뀐다. 가장 압도적인 글은 지난달 8일 올라온 43회 글이다. "시진핑 정부는 우한에 사는 고인의 가족 수천 명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슬픔을 인내하고 자신을 억제했다. 이제 성찰과 책임의 시간"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가공송덕(歌功頌德·공적을 노래하고 덕을 칭송함) 분위기를 파괴적으로 질타했다. "중국 정부는 주정부 관리, 홍보부 주요 관리, 미디어 관계자, 보건부 주요 관리, 의료진이 많이 사망한 병원 관계자가 당장 스스로 반성하고 검토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중국 인민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는 자와 사상자를 만든 자는 즉각 책임지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

팡팡은 한국에는 로맨스 소설 작가로 알려졌으나 생(生)의 밑바닥, 지식인으로서 고민, 여성의 운명에 관한 심연의 글을 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55년 난징에서 태어나 우한대에서 수학한 그는 스무 살 무렵인 1975년 시를 썼고 1982년 첫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의 삶을 택했다. 1987년 소설 '풍경'으로 중국 국가우수소설상을 수상했고 2010년 중국 4대 문학상으로 3년마다 주어지는 최고 권위인 루쉰문학상을 받았다. 후베이작가협회장도 역임했다. 한국 출간된 팡팡 소설은 2008년작 '행위예술'이 유일하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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