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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선생님들이 원격수업을 두려워하는 이유[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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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이 9일부터 시작됐다. 교육당국은 원격수업의 원활한 진행과 함께 수업 영상 속 교사의 얼굴이 위·변조돼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요 피해자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그래픽 | 이아름 areuml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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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사와 학생이 원격수업에 대비해 지켜야 할 10가지 수칙에 ‘원격수업 도중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촬영하거나 이렇게 무단으로 촬영한 영상을 배포해서는 안된다’는 항목을 넣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 시 교사의 개인정보 및 교권보호 방안’을 내놓고 학생이 수업 영상 속 교사의 얼굴을 위·변조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온라인수업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할 경우 ‘교원지위법’에 따라 심리치료와 학교봉사, 전학, 최대 퇴학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두된 딥페이크(사람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것) 문제처럼 학생이 영상 속 교사의 얼굴 등을 악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초상권 침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친구들의 영상을 악용할 경우에도 학교폭력으로 간주된다.

이번 조치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뒤 교사들의 피해가 구체화되면서 나왔다.

소속 학교·연락처 공개 등 정보 보호 사각지대 놓여

제자에 의한 스토킹 사례도

온라인개학 확정되면서 디지털 성범죄 악용 우려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24)가 고교 담임교사를 스토킹하고 자녀 살해모의까지 한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교사 ㄱ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강씨가 자신의 제자이던 2012년부터 9년간 스토킹하며 협박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고 수차례 이사를 다녀야 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직업 특성상 소속 학교와 개인 연락처가 일반에 공개되는 등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호소한다.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대표적 경로는 학교와 교육청 웹사이트다. 각 학교들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소속 교사의 이름과 담당 과목, 학급별 담임 현황을 공개한다. 각 시·도 교육청도 인사 때마다 전출·입 교사 명단을 공개하고, 교사의 현재 근무지를 찾을 수 있는 ‘스승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9년차 초등교사인 ㄴ씨는 31일 “내 이름과 담임 여부 등이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 정보를 비공개하지만 교장 재량이라 교장 말 한마디에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앨범에 교사 사진이 실리면서 학기 시작 전부터 재학생과 학부모가 돌려보고 평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가 공개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상존한다. 7년차 중등교사 ㄷ씨는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해 사비를 들여 업무용 휴대전화를 쓰거나 기기 하나에 두 개의 번호를 등록해 사용하는 동료 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요 피해자이기도 하다.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에 따르면 교사들은 텔레그램상에 열린 채팅방 ‘교사방’에서 ‘지인능욕(지인 얼굴을 성착취물에 합성하는 것)’의 표적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들이 온라인개학을 하게 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강의자료가 ‘딥페이크’ 영상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ㄷ씨는 “자료에 얼굴이 나갈 경우 악용이 염려돼 얼굴 노출 없이 PDF 파일 등을 이용해 수업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현진 대변인은 “한국 교사 70%가 여성이고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돼왔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 당국의 인식이 부족했다”며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 등 교사 개인정보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피해교사 ㄱ씨가 소속된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은 “피해 선생님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 학생과 논의해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han.kr

최민지 기자 ming@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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