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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이 2018년 일본 제약 업체와 체결한 6600억원대 규모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취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국내 품목 허가가 취소된 인보사에 대한 미국 내 임상 3상 재개를 전격 결정하면서 인보사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11월 다국적 제약사 먼디파마와 일본 내 인보사 연구개발 및 독점판매권 등 5억915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668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연골세포로 알고 있던 성분이 신장유래세포로 밝혀진 인보사 사태가 터진 뒤 같은 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품목 허가를 최종 취소하면서 기술수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 같은 백척간두 위기에서 FDA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단됐던 인보사 임상 3상 재개를 11개월 만에 허가하면서 먼디파마에 대한 기술수출계약 유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향후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잘 진행되는 것이 중요한데 해외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인보사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기술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먼디파마가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청하면 코오롱생명과학은 따를 수밖에 없다. 인보사 사태가 확산된 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해 5월 먼디파마에 제공한 질권 공시 내용에 따르면 먼디파마는 계약금 반환청구 요건 중 하나라도 코오롱 측이 위반하면 총 계약금 300억원 중 이미 지급한 150억원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계약금 반환청구 요건 중 일부가 이미 충족된 상태여서 계약 파기 결정권은 먼디파마가 쥐고 있다. FDA가 임상 3상 재개를 허용했지만 지난해 5월 7일 공시한 질권 행사 요건은 'FDA가 임상 3상 재개를 2020년 2월 28일까지 결정하지 않은 경우'로 돼 있다. 2월 28일이 지난 만큼 이번 FDA 결정에도 불구하고 먼디파마는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2020년 2월 28일까지 식약처의 인보사 판매·유통 금지에 대한 불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반환 요건을 충족시킨다. 식약처 취소 처분에 대한 코오롱생명과학 측 행정소송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는 7월에야 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기소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임직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인보사 성분 변경을 둘러싸고 고의성 여부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도 기술수출이 물거품될 수 있다. 계약금 반환 요건 중에 '계약상 지급한 계약금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의칙에 위배할 경우'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보사 허가 당시 신청한 연골유래세포가 나중에 신장유래세포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신의칙 위반과 직결된다. 이처럼 먼디파마는 지난달 곧바로 계약금 반환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업계는 먼디파마가 계약금 반환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서 인보사 성능과 효과에 대해 여전히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인사는 "먼디파마도 FDA 결정으로 일본 내 임상 개발과 판매를 하는데 한국에서 허가가 취소된 데 따른 부담을 덜게 됐다"고 진단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FDA 결정을 진행 중인 각종 재판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대표 등 임직원에 대한 법원 심리에서 FDA가 보내온 임상 재개 결정문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식약처를 상대로 지난해 제기한 제품 판매 품목허가 취소 행정소송 등에서도 FDA 결정문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적극 소명에 나설 계획이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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