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장중 한때 20달러선 깨져
공급조절, 가격 제어에 무용지물
코로나발 저유가 장기화 우려
국내 정유사·조선업에 악영향
주요 산유국들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생산량 감축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국제유가가 또다시 10% 급락했다. 공급 조절이 유가 제어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요절벽으로 인한 저유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0.3% 하락한 배럴당 20.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한때 19.55달러까지 내려가며 20달러선이 깨지기도 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6.7% 하락한 배럴당 29.6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가 오는 5월부터 두 달 동안 하루 97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해 유가가 소폭 반등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특히 미국 원유인 WTI 가격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이후 유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던 지난달 말의 최저점 20.09달러에 근접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 결정에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전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회사인 리스타드에너지는 4월 전 세계 일일 석유 소비량이 2800만배럴 줄고 5월에도 2100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상시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이 하루 1억배럴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0~30%의 수요가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다.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쿼트은행 애널리스트는 AFP통신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가 계속되면서 공급 측면의 뉴스는 빠르게 잊힐 수 있다”며 “역사적 규모의 감산도 석유 생산자들이 기대했던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최대 규모의 감산에 합의한 산유국들이 감산폭을 더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저유가 국면은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컨설팅업체 오안다는 석유 수요가 2022년까지 평상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 세계적 경제침체로 석유 수요가 계속해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유가가 2023년까지는 배럴당 43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날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저유가로 인한 충격은 국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연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조선업계에서도 원유 운반선과 각종 플랜트 등의 수주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등 석유 소비국이 저유가로 원가절감 등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IMF는 “석유 관련 비용이 급격히 하락하면 석유 소비국들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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