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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외모 농담에 치마 입은 여학생···초1·2학년이 다 보는 EBS 온라인 개학, 성평등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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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초등성평등연구회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정리한 자료. 초등성평등연구회 트위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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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스 카라가 달린 자주색 원피스를 입고, 분홍색 핀을 머리에 꽂은 선생님이 칠판 앞에 섰다. EBS 온라인개학 프로그램 가운데 초등학교 2학년 수업 영상 모습이다. 이 수업 영상에 자료 화면으로 등장하는 여학생 캐릭터는 헤어핀을 착용하고 치마를 입고 있다. 여학생 캐릭터가 다리를 모은 반면, 남학생 캐릭터는 다리를 편하게 벌린 자세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21일 ‘성평등 관점으로 살펴본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20일부터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에 합류하면서 초등 1~2학년은 텔레비전을 이용한 EBS 중심의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초등학교 1~2학년이 시청하는 수업 가운데 일부가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시각 자료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원피스와 핀을 착용한 복장에 대해서는 “교사의 꾸밈 노동이 방송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 남성의 자세, 악세서리 등의 차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며 “보다 평등한 시각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21일 방송된 초등학교 2학년 수학 ‘몇 백을 알아볼까요’라는 온라인 수업에선 “남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 여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를 반복해서 질문했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불필요한 성별 갈등 조장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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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를 소재로 한 농담이 수업 도중 들어가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방송된 초등학교 2학년 수업 가운데 “둘째야, 니 얼굴 좀 봐. 퉁퉁 부었어”라며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대의 외모를 유머의 소재로 사용하는 영상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료의 섬세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업 속에 등장하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방송된 초등 1학년 수업 가운데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엄마, 아빠, 나’의 가족만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등성평등 연구회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TV를 시청하는 다양한 환경의 어린이들을 고려해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세요’의 발문을 ‘보호자’, ‘어른들’로 고쳐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등성평등연구회 선아 선생님은 “조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는데, 이들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아 선생님은 “저학년 학생들이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텔리비전을 이용한 개학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요소가 있었다”며 “방송 전 제작 과정에서 사전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이모씨는 “EBS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잘 가르치시지면 복장이 프릴에 리본을 달고 마치 여자아이는 이런 걸 좋아하지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며 “방송에게 여자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롤모델이 바뀌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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