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순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는 힘은 유전체 분석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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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능력 자체가 국가 경쟁력이 됐다. 한국은 적극적 방역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한 자릿수 이내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현재 코로나19의 치료는 감기처럼 아픈 증상에 따라 대응해 처치하는 수준이다. 국가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황태순(52) 테라젠이텍스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19 전략의 시작은 적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완성·공개한 코로나19 유전자인 RNA 정밀지도에는 테라젠이텍스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이 활용됐다.
코로나19는 똑똑한 바이러스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사스·메르스보다 치명률은 낮지만 잦은 돌연변이로 세력을 빠르게 불린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해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체로 침투하는 방식도 영리하다. 혈관을 수축·이완하면서 혈압을 조절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인체 단백질인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와 결합한다. ACE2는 폐를 비롯해 심장·콩팥·뇌·장 등 내부 장기에 많이 분포해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폐·심장 등 내부 장기 손상이 생기는 이유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을 파악한 만큼 적합한 백신·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 코로나19 음성·양성 진단 정확도 높아
A : 포스트 코로나19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테라젠이텍스다. 유전체 분석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오는 30일 테라젠바이오로 법인을 분할할 예정이다. 최근 테라젠이텍스는 NGS 기반 고민감도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3만 개에 이르는 코로나19 RNA 전장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양성과 음성을 오가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실하게 판별한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한 약을 찾고, 인체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감염병 맞춤 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Q : 코로나19 진단 정확도를 높였는데.
A : “기존 진단키트는 3~5개의 주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진단 속도는 빠르지만 체내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으면 놓칠 수 있다. 처음엔 음성이었다가 나중에 양성으로 판명되는 이유다. 코로나19의 유전체인 RNA를 모두 살펴보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한 번에 5000개씩 대규모 검사가 가능하다.”
Q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가능한가.
A : “물론이다.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가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 때는 환자가 많지 않고 신약 개발 전에 대유행이 끝났다. 아무리 좋은 약도 질병이 사라지면 필요 없다. 코로나19는 그때와 다르다. 바이러스 확산이 빠른 만큼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가 많다. 또 계절독감·신종플루처럼 반복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첫 코로나19 치료제는 기존에 쓰이던 약일 가능성이 크다.”
Q : 기존에 쓰이던 약으로 어떻게 코로나19를 치료하나.
A : “코로나19의 인체 침투 경로로 알려진 ACE2에 먼저 결합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자체적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에 판매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대상으로 ACE2에 결합하는 약을 찾아봤다. 총 1880종이었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코로나19 RNA 염기서열 정보를 토대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AI로 분석해 5개로 추렸다. 호흡기, 심혈관, C형 간염, 항바이러스 약 등이 후보 물질로 올랐다. 현재는 코로나19에 적합한 용법·용량을 파악 중이다.”
Q : 감염병 맞춤 백신도 개발 중이던데.
A : “그렇다. 인체 고유의 면역 기능을 강화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 백신이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방어 활동을 하는 인체 면역 체계의 기여도를 AI로 분석했다.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을 막는 T세포의 능력을 향상해 어떤 감염병이든 효과적으로 방어하도록 디자인했다. 아직은 전임상을 준비하는 단계다.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에는 없던 새로운 감염병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때마다 그에 맞는 항체를 찾아내 백신을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항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새로운 팬데믹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질병으로서 코로나19는 어떨까. 황 대표는 “전 인류가 처음 겪는 감염병이라 지금 활용할 수 있는 백신·치료제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독감보다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1.75배 느리고, 치료제 개발이 까다로울 정도로 돌연변이가 활발한 HIV보다는 변이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추정한다. 메르스 사태로 주요 대학병원마다 음압 병상을 설치해 감염병 대응 능력을 키웠듯, 코로나19가 체계적인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 프로토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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