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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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는 한국을 코로나19(COVID-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꼽으며 이른바 ‘K방역’을 배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역시 방역 노하우를 세계에 공유해 국격을 높이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의 방역 대응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대구 지역에서 첫 신천지 확진자가 발생할 당시만 해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신천지는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으로 급부상했지만 신도 명단과 시설 등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방역에 혼선을 줬다. 대구시와 권영진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의 초기 국면에 안일한 방역 대책으로 질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대구시와 신천지 간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금이야 신규 확진자 수도 한자리 수로 줄어 들면서 검체조사와 자가격리 조치, 의료 시스템 등이 우수 사례로 꼽히지만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에 빠졌던 확산 초기 때의 어두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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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중 절반은 '신천지'… 명단 제출 지연, 고의 누락, 시설 은폐 등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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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만761명이고 이 가운데 신천지와 관련된 감염은 5212명으로 전체의 48.4%다. 한 집단에서 이처럼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이 총회장은 지난 2월 29일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응했고 2일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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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신도 중 첫 확진자는 국내 31번째 환자다. 국내 3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31번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 2월18일 이후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그가 신천지 대구교회 내 첫 감염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기에 '슈퍼 감염자'로 불렸다.
함께 예배를 본 신도들 중 확진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신천지 신도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 결과가 반영되자 일일 확진자수는 지난 2월29일 하루에만 909명이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직의 노출을 극도로 경계했던 신천지는 방역당국의 대응에 혼선을 초래했다. 신천지는 신도 명단 제출 지연, 고의 누락, 시설 은폐 등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물론 서울시 등과 마찰을 빚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만희 총회장이 나서 31번 확진자 관련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후에도 신도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일부 신천지 교인들이 방역당국과 연락이 두절되는 등 잡음이 잇따랐다.
최근에는 이 총회장 등 교인들이 폐쇄된 시설을 드나든 사실이 확인됐고 경기도는 이들을 행정명령위반으로 고발하기로했다.
검찰은 신도 명단 제출 지연, 고의 누락, 폐쇄된 신천지 시설 출입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이유로 신천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26일 코로나19 방역및 예방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신천지의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대명동 신천지대구교회 앞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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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도, 의료 시스템도, 재난지원금도…모든게 늦었던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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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8일 이후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대구는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이 됐다.
하지만 대구시는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신천지 교회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과 합동으로 이어진 조사에서도 신천지교회에서 교육생을 포함한 교인 명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또 신천지 교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한마음아파트에서 46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도 대구시는 역학조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 2월18일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보름이 지난 3월4일 첫 역학조사를 하고 조사결과를 3일 뒤인 7일에 공개하는 등 '늑장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대구시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준비되지 않은 의료 시스템도 혼란을 키웠다.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치료받지 못하고 자기격리 중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경제적 재난'도 이어졌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정부의 ‘대구·경북 특별재난지역’ 지정(3월15일)과 국회의 추경 예산안 통과(3월17일)로 정부 예산 1조4200억원이 편성되고 대구시가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3270억원을 확보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일은 4월15일 총선 이후에야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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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공방'보다 2차·3차 대유행 대응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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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대구 지역 코로나19 대폭발의 뇌관이었던 31번 확진자의 동선 누락을 두고 대구시와 신천지 간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7일 오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50일에 즈음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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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31번 확진자가 지난 2월5일 교회 방문을 숨겼다"며 "허위 진술"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천지는 "역학조사관이 2월6일부터의 동선을 요청했다"고 맞섰다. 애초에 5일 동선은 묻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31번 환자의 확진 당일인 지난 2월18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개한 환자 동선은 6일부터였다. 대구의 고통은 신천지 신도의 검사 거부와 지역 전파, 교단의 방역 비협조 등으로 시작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구시가 뒤늦게 동선 누락을 두고 신천지를 탓하며 면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31번 확진자의 지난 2월5일 예배 참석을 일찌감치 파악했는데 뒤늦게 대구시가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진위 여부는 경찰에서 가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2차, 3차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의 경험을 노하우로 정리해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특성 연구와 현재까지 나타난 환자 발생과 집단 방역의 문제점을 복기하고, 이를 보완해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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