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팀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 활용
환자 식습관·운동량 등 행동
감정 동기 파악해 동시 관리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팀(제1저자 김미림 연구원)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디지털 인지행동 치료제’(이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비만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체중·체지방량 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할 만큼 세계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부터 심뇌혈관 질환, 대장암·유방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비만은 보통 식이요법·운동으로 시작해 심한 경우 약물·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론 체중 감량 효과가 작거나 요요 현상으로 원래 체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 교수팀은 비만이 개인의 자존감·우울 등 심리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과식하는 것처럼 심리 상태가 체중 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개발한 것이 디지털 치료제다. 애플리케이션과 체성분 분석기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식습관·운동량과 같은 환자 행동을 파악하고, 이에 영향을 주는 감정·동기가 무엇인지를 설문조사해 둘을 동시에 관리한다. 예컨대 설문조사에서 기분 관련 점수가 나빠지면서 식단에 변화가 생긴 경우, 전문가가 그 이유를 파악해 보다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을 알려주는 식이다.
효과는 강력했다. 연구팀이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으로 비만한 18~39세 여성 7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45명)엔 디지털 치료제를 적용하고, 다른 그룹(25명)에는 디지털 플랫폼을 적용한 뒤 8주 후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한 환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개인 맞춤형 심리 치료를 진행했고, 다른 그룹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자가 관리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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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관리만 한 환자보다 효과 8배
그 결과, 디지털 치료제를 적용한 그룹은 해당 기간에 체중이 평균 3.1% 줄어 디지털 플랫폼으로 자가 관리한 그룹(평균 0.7% 감소)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컸다. 5% 이상 체중을 줄인 비율도
3명 중 1명(32%)으로 디지털 치료제 적용 그룹이 8배 더 높았다. 체지방량은 물론 비만의 주요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도 디지털 치료제를 적용한 그룹이 훨씬 많이 감소했다. 체중 감량 효과는 치료 종료 후 6개월까지 지속했다.
특히 환자의 체중 감량 동기가 높고, 우울감이 낮을수록 치료 성공률이 높았다. 최 교수는 “비만 환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해 문제가 있는 경우 치료·상담 등을 진행하면 디지털 치료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MIRm Health and u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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