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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재협상 전혀 관심 없어"…중국 언론의 '재협상론'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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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검사 장비 등이 전시돼 있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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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지난 1월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코로나19 관련 외부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다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1단계 무역합의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1단계 무역합의 재협상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조금도 없다. 나는 관심이 없다”면서 “우리는 합의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그들이 그들에게 더 나은 합의를 만들기 위해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들었다”면서 “나는 관심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보자”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미·중 무역협상에 조언을 해온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기존 합의를 무효로 선언하고 중국 측에 좀 더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서 중국 지도자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은 지난 1월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함으로써 18개월 간 지속된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일부 철회하거나 유예하는 대신 중국이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미·중은 1단계 합의에 서명한 이후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중국에서 최초 발병한 코로나19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대중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날 CNBC방송·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에 크나큰 피해를 입혔다면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이 강하게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전투를 치르기 위해 책정해야 했던 비용은 10조달러에 가깝다”는 주장도 했다. 나바로 국장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중국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약속한 미국산 제품의 추가 구매가 이뤄지는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폭스뉴스와 진행한 타운홀 미팅 형식의 인터뷰에서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해 “그들이 만약 구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브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8일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전화통화 뒤 발표한 성명에서 “지구적 보건 위기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합의한 의무를 시기 적절하게 완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성명이 나온 직후에도 중국 측이 구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재차 압박했다.

중국이 올해 이행해야 하는 구매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BC방송은 워싱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약속한 구매 물량을 채우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1단계 합의에서 약속한 추가 구매 규모가 너무 컸던 데 더해 코로나19로 중국 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에 중국의 구매 약속 달성이 더욱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미·중 양측의 불만 축적과 함께 합의 파기까지 거론되면서 1단계 무역합의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견지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인들의 대중국 인식도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중국 역시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제재할 경우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강경한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은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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