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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n번방법·넷플릭스법' 논란 속 국회 본회의 통과…업계 "시행령 적극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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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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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 사진 = 국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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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검열, 역차별 논란에도 결국 통과

#불확실한 법안 내용…시행령이 관건

#졸속 논란 "입법관행 바뀌어야" 지적

인터넷 사업자의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를 강화한 'n번방 방지법'과 콘텐츠사업자(CP)에게 망 안정성 유지 의무를 지운 'CP 책임강화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n번방' 못잡는 'n번방 방지법' 실효성 논란 속 통과

인터넷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지운다는 논란을 일으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날 재적 290인, 재석 178인, 찬성 170인, 반대 2인, 기권 6인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인터넷 정보 가운데 불법촬영물, 딥페이크, 아동 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에 대한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와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대한 의무를 명시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번 법 개정에 대해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법에서 명시된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돼 불확실성이 크다고 반발해왔다. 또 이런 의무가 n번방 사건이 일어난 텔레그램 등 해외 서비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국내 사업자들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의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따라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결국 개정안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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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체감규제포럼, 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n번방 방지법' 등 인터넷 산업 관련 쟁점법안의 통과를 중단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 사진 =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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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잡겠다며 국내 CP 역차별 논란 일으킨 'CP 책임강화법'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망 사업자(ISP)들이 관리하는 망 안정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내용도 담겼다.

이른바 'CP 책임강화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 CP들에게 ISP의 통신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안정적인 망 유지를 위해 대형 CP들도 책임을 다하라는 얘기다.

CP 책임강화법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대형 CP들이 한국에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ISP의 망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이들도 망 안정을 위한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내 CP들 역시 통신사 간의 망 이용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CP와 국내 ISP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다, 국내 CP들의 발목을 잡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려 속 20대 국회 막차…"시행령에 달렸다"

이날 본회의에서 법은 통과됐지만 앞으로 시행령 개정 등을 두고 진통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급한 통과가 필요하단 이유로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 없이 20대 국회 말미에 급하게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법적 의무를 질 대상 사업자나 구체적인 조치 내용 등이 대부분 대통령령(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상태다. 관련 업계에선 이 때문에 법 시행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관련 단체들은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이후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법안들의 시행으로 동종·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며 "'서비스 안정성 확보'라는 모호한 용어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관련 시장과 망중립성 원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후에 전개될 논란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밝힌 내용에 따라 시행령 등이 준비되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개정안이 인터넷산업과 이용자인 국민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 확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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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인터넷 사업자들의 의무를 강화한 이번 개정안이 해외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n번방 사건의 경우 범행의 주무대가 된 텔레그램의 소재지나 서버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아 수사나 관련 게시물 삭제 등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또 관련 게시물이나 연관 검색어를 즉시 삭제한 국내 서비스들과는 달리 구글 등 해외 서비스에선 피해자의 신원을 추측할 수 있는 게시물들이 정부의 요청 전까지 버젓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번 법 개정에는 전기통신망법에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고, 정보통신망법에도 역외규정을 신설했다. 이런 강화된 법적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는 게 정부의 숙제로 남겨졌다.

업계는 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규제가 강화된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피해 해외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도피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 법안 통과 유감…"입법관행 신중하게 바뀌어야"

관련 업계는 법안 통과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관련 업계와 학회, 시민사회 단체 등이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이용자들의 편익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통과시켰다는 지적이다.

입법과정 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과정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과정 등에서 각 법률 개정안들이 법률에 규정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등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맞지 않음이 지적됐지만, 명분에 가려 통과에만 집중한 점이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입법은 신중해야 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영역에서조차 행정부의 시행령에 포괄적인 권한을 주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현재 입법관행이 보다 정밀하고 전문적이며 신중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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