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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밥 먹다 문득]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직장인 식사 문화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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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편집장]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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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재택 근무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풍경은 두달전과 같지만 생활 면면은 여전히 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모습이다. 감염병이 장기간 매섭게 확산되면서 변화된 일상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나아졌던 코로나가 요사이 다시 활개를 치면서, 감염병은 방심하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를 주기도 했다. 지금의 모습이 앞으로의 일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라는 얘기가 연일 나온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와 이전(BC: Before Corona)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전세계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코로나의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들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직장인 식사 문화도 변하고 있다. 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임직원에게 식대를 지급하고 직장인은 인근 상권으로 나가 지급받은 식대로 식사를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 이 문화는 식권대장을 통해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다.

비대면 화두로... '비용 절감'도 다시 고개 들어

코로나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준 2월과 기세가 가장 강했던 3월, 식권대장 서비스 도입 문의는 매달 최고치를 넘어섰다. 기업들 사이에서 '비대면' 업무 방식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면이 일상이었던 식대관리 업무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보통 기업이 인근 식당과 식대 거래를 하면 식권이나 장부를 배분하고 회수하는 것부터 시작해 식당 제휴, 관리, 정산 등 모든 과정에서 대면이 필요하다.

비용 절감이 식권대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회사가 영향을 받게 되자 오남용이 잦은 식대를 투명하게 관리해 새는 비용부터 줄이기 위해서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수기 업무를 IT 기반으로 전환해 식대관리 부서의 업무 능률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혼밥이 미덕 되니 점심시간 본질 '휴식'에 주목

직장인들의 '다함께 식사' 분위기도 바뀌었다. 아침에 미리 메뉴를 주문하고 점심시간 사무실로 배달 받아 식사를 해결하는 식권대장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직원들의 감염을 막는 것이 미션이었던 한 기업의 인사 부서는 대책 중 하나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식권대장 도입을 추진했다.

회식을 금지하고 점심시간을 분산시켜 대면 식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구내식당에서는 자리마다 칸막이가 생기고 일렬로 앉아 식사를 하는 기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게 됐다. 같이 식사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어도 빨리 먹고 자리를 떠주는 것이 미덕이 되면서 식사를 빨리 마치고 취미 생활을 하거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등의 모습이었다.

지역 상권을 살리는 '기업 식대'

"그래도 직장인들 점심 장사 때문에 살죠"

최근 만난 식당 사장님이 해준 얘기다. 코로나로 자영업자분들의 설 자리가 줄고 있지만 오피스 상권에서 기업의 식대는 흔들리지 않고 고정 매출 역할을 하고 있다. 식권대장 서비스를 구상하던 시절, 오피스 상권 식당 창문마다 붙어 있는 '회사 식권 받습니다', '장부거래 합니다'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코로나 확산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내식당 축소 운영 움직임을 불러오기도 했다. 직원들이 구내식당 대신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장려함으로써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식권대장의 한 고객사는 사옥을 이전하면서 기존에 운영했던 구내식당을 신설하지 않고 지역 상권 상생을 위해 신사옥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결정하고 식권대장을 도입했다.

'코로나는 거들 뿐'이라는 생각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직장인 식사 문화'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완전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변할 문화들이었고 코로나가 이를 조금 더 앞당겼다고 볼 수도 있다.

비용 절감과 업무 능률 향상은 기업의 평생 과제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 경기가 침체되면서 식권대장이 최근 더욱 주목받았지만, 기업은 항상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비대면 역시 업무 능률 향상의 한 부분이다.

직장인 혼밥족이 늘어 1인석을 많이 마련해둔 식당은 예전부터 쉽게 볼 수 있었고, 기업 문화가 선진화되면서 회식은 축소되거나 문화 생활 등으로 가볍게 대체되고 있다.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 기후적 요인이 점심시간 직장인들을 사무실에 머물게 하고 있고,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 등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근무 시간 단축도 이와 같은 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역 상권 상생은 지금까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빠진 적이 없는 화두다. 무엇이 먼저인지가 중요하겠는가. 예상보다 빠른 변화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는 것에 주목할 때다.

글=조정호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조정호 님은?
창업 11년차 스타트업 대표. 기업용 모바일 식대관리 솔루션 식권대장을 서비스하고 있다. 로컬 식당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모바일 적립 서비스와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거쳐 지금의 식권대장을 만들었다. 기업이 임직원 식사 제공을 위해 사용하는 종이식권 및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 현존하는 모든 식대 지급 수단을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직장인 식사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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