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위반시 상장폐지 골자… 알리바바 등 165곳 사정권
미중관계 더 험악해질듯
미 상원은 이날 ‘외국 기업 책임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외국 정부 소유이거나 외국 정부에 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규정했다. 미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 기준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주식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든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표적 법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기업이 미국 내 규정을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법안이 “외국 정부 소유나 통제를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국가법률정책센터(NLPC)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11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京東)닷컴, 페트로차이나 등 165곳이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미 회계 기준을 따라야 한다. 중국 정부가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이 막힐 수 있다. 또 3년 연속 이를 위반하면 미 증시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이번 법안으로 중국 기업이 대거 월가를 탈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대형 인터넷 포털 및 게임 기업 넷이즈와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 등이 이르면 다음 달 홍콩 증권거래소에 2차 상장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 총액이 400억 달러가 넘는 넷이즈의 경우 홍콩거래소에 상장해 10억∼2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징둥닷컴 역시 6월 홍콩 상장이 유력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징둥은 이번 기업공개(IPO)에 돌입해 올 홍콩 증시 최대 규모인 30억 달러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나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2019년 11월 홍콩에 2차 상장했다.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인 바이두(百度)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미국의 중국 증시 제한 움직임에 대해 21일 “좋은 회사라면 상장 장소로 택할 수 있는 곳이 많고 절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 회장은 또 “우리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는 홍콩 2차 상장을 포함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올 초부터 나스닥 상장사인 바이두가 홍콩 거래소에 2차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바 있다.
1997년 이후 중국 기업은 미 증시에서 IPO를 통해 660억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 증시 전체 IPO의 약 18%(25개)가 중국 기업이었을 정도로 월가의 중국 기업 의존도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NYSE와 나스닥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 그들(중국 기업들)은 영국 런던으로 옮기거나 홍콩으로 가겠다고 할 것”이라며 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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