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손실이 나더라도 1.3%의 수익이 보장된다고 해서 가입했습니다. '하락장에서도 원금의 95% 수준으로 자동환매 돼 사실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판매사 말만 믿었는데 지금 와서는 운용사 탓만 하고 기초자산 정보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홍콩의 채권형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신탁 상품에 가입한 한 투자자의 얘기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홍콩 젠투(Gen2)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를 기초로 하는 DLS(파생결합증권)을 신탁형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공급해 왔다.
이 중 조기상환형 상품은 펀드의 NAV(순자산가치)가 최초 100에서 시작해 1년 후 시점에 103.80 이상에 달할 경우, 즉 수익률이 3.8% 이상일 때 투자자에게 원금에 3.8%만큼의 이익을 더한 금액을 돌려주고, NAV가 100~103.80 사이에 있을 경우에는 3% 수익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
하락장에서 NAV가 95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젠투가 NAV 95선에서 이를 자동환매해 투자자들에게 청산대금을 돌려주도록 돼 있었다. 젠투는 'NAV 95' 수준에 청산할 책임이 있다는 문구도 투자설명서에 기재돼 있다. 자동환매 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최소 보장 수익률은 1.3%를 추구한다고 돼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투자자들에게 교부한 젠투 채권형 펀드 DLS의 수익구조 표 / 사진=해당상품 투자설명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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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폭락장세에서 이 같은 자동환매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채권 가격이 30% 이상 일시에 급락해 상환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투를 비롯해 국내에 판매된 젠투 채권펀드 관련 상품이 현재 조기 상환되지 않거나 미상환된 부분은 약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기준가 95 이하일 경우 자동환매 조건이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상황에서 기계적인 보유 포지션 매도가 작동하면 과도한 호가 괴리(갭, Gap)와 매수 유동성 부족 등으로 고객의 손실을 확정하게 되는 상황이었다"며 "고객보호 차원에서 95% 미만 자동환매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외 채권형 펀드를 보더라도 3월 수익률은 -14%에서 -22%로 대부분 손실이 컸다"며 "문제가 된 상품도 만기(3년, 2022년)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채권시장 회복에 따라 손실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운용사(젠투)에서도 가을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는 것에 따라 채권가격이 회복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달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설명과 다르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NAV 95' 수준에 펀드를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1.3%를 돌려줄 책임이 운용사에 있음에도 판매사인 신한금투가 운용사를 추궁하지는 못할 망정 운용사 측 해명을 이유로 환매가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젠투파트너스 채권형 펀드를 기초로 한 DLS상품 관련 투자설명서에, NAV(순자산가치) 95% 수준에 자동환매해 청산대금을 마련할 책임이 젠투파트너스 측에 있다고 명시했다. /사진=해당상품 투자설명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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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더라도 자동환매가 가능하도록 구조화돼 있어 사실상 원금손실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가입한 것"이라며 "기대수익률은 최대 3.8%로 제한되는 반면 투자자가 얼마의 손실을 부담해야 할지를 알 수 없는 상품인 줄 알았다면 누가 가입을 선뜻 결정할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이어 "판매사는 젠투 측의 운용 현황이나 투자자 손실보전이 가능한 수준의 재무 안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했어야만 함에도 '젠투 측에서 답을 주지 않는다'는 등 소극적 자세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현재 기초자산 평가액이 얼마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신한금투는 젠투 측이 자료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한금투 측은 채권시장이 회복된 후 시장에서 젠투 펀드가 매각 등을 통해 소화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게 일단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젠투 측으로부터의 자금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젠투를 상대로 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가장 큰 이유"라며 "100년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시장 상황에서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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