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26 대통령 시해사건. 이 사건에 대한 재판에 신군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가 됐었습니다. 당시 재판 전체를 녹음한 육성 테이프를 분석해봤더니 전두환 신군부가 재판에 개입을 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의 유족들이 이를 바탕으로 40년 만에 재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봉지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최측근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저격한 10·26 사건.
[전두환/합동수사본부장 (1979년 10월) :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대통령이 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허욕이 빚은 사건…]
10·26은 내란 목적의 집권 쿠데타란 겁니다.
당시 주동자들은 군사재판을 받았습니다.
방청 제한, 언론 검열로 자세한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사건 40년 만에 1심과 2심 재판을 모두 녹음한 테이프를 입수했습니다.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 : 저는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그렇게 하고 김계원 실장을 이걸로 툭 치면서 각하 똑똑히 모시시오 하고 권총을 뽑았습니다. 이 버러지 하면서 첫 발이 나갔습니다.]
남산 중정의 부하들도 나옵니다.
[이기주/전 중정식당 경비원 : 제가 해병대 출신이고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또 과장님이 나를 그만큼 신임했는데 내가 과장님 상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있는가.]
총 53개, 128시간 분량의 녹음 테이프에는 사건 관계자 30여 명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재판 도중 이상한 목소리가 겹쳐서 들립니다.
[띵동, 띵동(초인종)]
[띠리리링(전화벨)]
[김재규 말이 잘 녹음이 안 돼. 마이크 접촉 불량인 모양이야.]
[야, 최 일병! 최 일병!]
김재규 부장이 범행동기를 자세히 증언하자
[영웅이네 영웅…저거 넣으면 안 되는데…오리발]
이해하기 어려운 음성이 또 들립니다.
[나중에 휴정할 때나 하지 지금은 건드릴 수가 없어 지금]
이어지는 정체 불명의 목소리들.
당시 변호인들은 법정 뒷 공간을 지목합니다.
[안동일/변호사 (당시 김재규 변호인) : (법정) 뒷문 나가자마자 있는 법무감 방에서 전부 검사, 판사 차출돼 나온 사람들하고 보안사에 남(웅종) 장군이 있었지.]
신군부가 재판정 바로 뒤에서 개입했다는 겁니다.
변호인들도 법정에서 쪽지 전달을 항의했습니다.
[태윤기/당시 박흥주 씨 변호인 : 군인들이 경계하는 삼엄한 군법회의에서 계속해서 쪽지가 날아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현장에 갔던 법무 장교는 전두환 보안사령관도 그 방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엄상익/변호사 (당시 육군 법무장교) : 이학봉 씨한테 나중에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재규가 의인이 돼 가고 있더라. 전두환 보안사령관도 한 번인가 왔다 갔다 그러고.]
당시 대법원은 쪽지 전달은 기록상 근거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테이프 속 목소리는 쪽지의 존재를 너무도 명확히 가리킵니다.
김재규 부장 등의 유족들은 테이프 분석 내용을 토대로 40년 만에 재심을 준비 중입니다.
(영상디자인 : 박지혜 / 영상그래픽 : 김지혜)
봉지욱 기자 , 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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