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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고임금 엘리트 일자리는 어떻게 ‘그들’ 몫이 되는가…특권의 재생산 조명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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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그들만의 채용 리그
로런 A. 리베라 · 이희령 옮김
지식의날개 | 406쪽 | 1만9000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문적 지식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입니다. 여기는 도서관이 아니니까요.”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 매킨지 같은 일류 컨설팅펌,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 졸업장 외에는 내세울 것 없는 사회 초년생에게 입사 첫해부터 거액의 연봉을 건네는 선망의 직장이다. 하지만 구직자 상당수는 애초에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문턱이 높다.

<그들만의 채용 리그>는 이러한 고임금 엘리트 일자리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들어가는지 불평등한 채용 문제를 살펴보는 책이다.

미국 명문 경영대학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교수인 저자는 아이비리그에서 학위를 취득했지만,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 출신의 ‘비전형적’ 배경의 엘리트다. 그는 전형적 엘리트 집단이 고임금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현상에 주목해 2년 동안 이들 기업의 채용 현장에 직접 뛰어든다. 채용 담당자 120명과의 심층 인터뷰, 캠퍼스 채용설명회와 취업박람회 관찰, 인사팀에서의 9개월 동안 인턴 근무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근거로 역량을 정의하고, 인재를 선별하는지 밝혀낸다.

책에선 명문대 출신 중에서도 어떤 부류가 합격하고 탈락하는지, 또 고용평등이 법적으로 강제되는데도 차별적 관행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흥미롭게 조명한다.

“축구, 탁구, 등산보다는 테니스, 조정,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책에서 들춘 그들만의 채용 방식은 주관적이고 허술하다. 자신들이 가진 학벌과 출신 배경을 강점으로 인지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를 대놓고 선호하는 것이다.

그저 특권을 전달하는 잘 개발된 메커니즘이라는 비판이다. 저자는 특권의 재생산은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업과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제언을 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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