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도리스 레싱 지음·김승욱 옮김
비채| | 276쪽 | 1만3800원
고양이는 위대하다. 고양이와 함께 살진 않지만, 조금 과장해 유튜브에서 수백개의 고양이 영상을 본 뒤 내린 결론이다. 200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도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을까. 그가 고양이를 관찰하며 쓴 이 산문집의 한 구절을 보라. “아, 고양이. 또는 아아아아름다운 고양이! 멋진 고양이! 최고의 고양이! 새틴 같은 고양이! 순한 올빼미 같은 고양이, 앞발이 나방 같은 고양이, 보석으로 장식된 고양이, 기적 같은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그렇다고 책이 마냥 고양이에 대한 찬양으로 넘치는 건 아니다. 레싱이 유년기를 보낸 아프리카 로디지아(현 짐바브웨)의 고양이들은 치열한 야생에 직면해 있었다. 레싱의 집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고양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아버지는 고양이들을 방에 몰아넣고 총을 쏴버린다. 여기에 식구들과의 투쟁 끝에 갖게 된 고양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레싱은 고양이를 삶에 들여두지 않았다. 그는 “내 인생에 비로소 고양이를 들여놓을 여유가 생긴 것은 이십오 년이 흐른 뒤였다”고 고백한다.
고양이를 향한 시선은 다정하면서도 유난스럽지 않다. 새끼보단 자신을 돌보는 일이 소중한 고양이를 향해 “어미로서 재앙 같은 존재”라 말하기도 하고, “우리의 공주 고양이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아름답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기적”이라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오는 고양이에 대한 찬사는 각자 영역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고양이의 오묘한 관계를 상징처럼 보여준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마음으로 연대하고 서로를 주시하는 것.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화두인 요즘, 비단 고양이와의 관계에서만 필요한 미덕은 아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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