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 한윤하 누나디자인 대표
▷상세페이지 전문 ‘한 우물’ 통했다
20대 초중반에 디자인 전문학원 1년 수료 후 웹디자인, 컬러리스트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관련 회사로 취업한 것이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잦은 야근과 박봉에 시달리다 30세에 퇴사하고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도전했다. 여성 수제화를 팔아 창업 한 달 만에 매출 3000만원을 찍었지만 실제 손에 쥔 돈은 300만원도 안 됐다. 결혼, 출산 후에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폐업했다. 그렇게 몇 년을 육아에만 집중하다 2015년부터 크몽에서 프리랜서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처음에는 저를 알리기 위해 여러 재능마켓 플랫폼에서 박리다매 영업에 나섰고, 무리하다 한 달 만에 과로로 쓰러져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6개월간 쉬기도 했고요. 보통 많은 프리랜서가 몇 개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데요, 작업 건수와 후기를 축적해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한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는 웹디자인 분야에서도 향후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될 것을 예감하고 제품 상세페이지 제작에 주력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크몽에서의 누적 거래 건수는 2500건 이상, 월평균 매출은 1400만~1700만원(팀원·기획자 몫 포함)을 거두는 베테랑이 됐다. 그의 경쟁력은 전문성과 꼼꼼한 고객관리다. 5년째 상세페이지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만 판 것이 주효했다.
“온라인 대화로만 고객의 신뢰를 얻어 주문까지 끌어내려면 누구보다도 뛰어난 전문성과 트렌드 파악 능력, 세심하고 꼼꼼한 소통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는 고객의 고민을 듣고 문제점 파악부터 앞으로의 방향까지 먼저 제안을 드리며, 사전에 굉장히 꼼꼼한 상담을 하는 편입니다. 프리랜서의 삶은 나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지만 잘만 하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 번역가 ‘뚝딱번역’ 홍지연 씨
▷20년 경력 단절 후…커리어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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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몽에서 활동하는 홍지연 씨(51, 닉네임 ‘뚝딱번역’)는 스스로를 ‘투잡러’라고 소개한다. 가정주부 겸 번역가다. 낮에는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본다. 번역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일찍이나 밤 10시 이후 정도. 하루 3~4시간밖에 작업을 못해 월평균 20건만 수주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150만~200만원은 번다.
“번역에 집중하면 500만원 이상도 벌 수 있어요. 하지만 가정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본업을 가정주부라고 설명하지만 홍 씨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 번역가다. 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수료하고 1994년부터 방송 3사의 각종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을 번역했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셨어요. 어린 시절을 멕시코권에서 보내고 중·고등학교는 미국권에서 나와 영어와 스페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했죠.”
매번 집에 일을 가져오고 밤도 새울 만큼 번역 일에 열정적이었지만 5년 만에 건강 악화로 그만뒀다. 이후 가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력이 단절된 세월이 거의 20년. 그러던 중 다시 일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2018년 2월 딸이 소개해준 곳이 크몽이었다.
“재능공유 플랫폼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괜찮을 것 같았어요. 일을 가려서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가령 기계와 관련된 어려운 번역 대신, 제가 좋아하는 시트콤·드라마·만화영화 번역을 받는 식이죠. 요즘은 방송국 외에도 여행·요리 등 다양한 유튜브 영상 번역 일이 많아졌더군요.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의학 논문 번역 등을 맡기도 했습니다.”
일을 쉬는 동안에도 홍 씨는 커리어 관리에 힘썼다. 아이들에게 영어와 스페인어를 가르치며 언어에 대한 감을 유지했고 공부도 계속했다. ‘모던패밀리’ 등 미국 드라마를 보며 원어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어구를 익혔다. 홍 씨의 이런 노력은 고객들도 인정한다. 그의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 만족도가 100%라는 얘기다.
“쉬우면서도 원어민이 쓰는 세련된 표현을 구사하는 번역이라는 점이 노하우이자 경쟁력입니다.”
홍 씨는 프리랜서나 N잡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라’고 조언한다. “프리랜서는 자기가 일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보니 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건강을 망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일하셔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컨설팅 전문가 ‘Jo피디’
▷20년 사업 경험으로 고객 성공 도우미
조국현 씨(50, 닉네임 ‘Jo피디’)는 크몽의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크몽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누적 거래 건수 80건을 넘겼다. 기업 고객만 받는 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실적이다.
“사업이 잘 안 풀리면서 20여년간 운영하던 회사를 그만두려 했어요. 무슨 일을 할지 막막하던 차에 지인이 ‘가장 잘하는 게 사업계획서·투자제안서 만드는 것이니 수십 년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로 활약하면 어떤가?’라고 권유하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시작했지만 일을 허투루 하지는 않았다. 고객들이 자신과 같은 사업 실패를 절대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핵심을 정확히 짚는 제안서와 깔끔한 디자인의 설명서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별다른 홍보를 안 했는데도 고객이 몰려들었다.
“사업을 막상 해보면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는 20년간 IT, 모바일,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해봤습니다. 그때의 성공과 실패가 다 제 강점이 됐습니다. 저는 고객에게 정말 최선을 다합니다. 컨설팅 이후에도 고객과 계속 안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하죠. 그러다 보니 다음 프로젝트 때도 제 도움을 받기 위해 연락 오는 곳이 많습니다.”
조 씨는 긱 이코노미 같은 유동적인 근무 형태가 더 확산될 것으로 내다본다.
개인 입장에서는 재능과 경험을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기업은 기회비용을 줄이고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뽑아내니 서로 윈윈이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는 앞으로 노동·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리라 봅니다. 단, 정말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부업이라 해서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어나가세요. 결과물이 쌓이고 신뢰를 얻어야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또 프리랜서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한데, 바쁠 때는 석 달 내내 쫓기지만 일이 없어 한 달 내내 놀 때도 적잖습니다. 일이 없을 때도 심리적으로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승욱·박지영·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9호 (2020.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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