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코로나'로 집회 막혔지만 보안법 시행 땐 불법될 가능성 커
“홍콩 독립을” 시민 수천명 천안문 사태 31주기 추모 - 4일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천안문(天安門) 사태 31주기를 추모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홍콩 당국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지만 홍콩 도심 곳곳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은 “홍콩보안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중국이 홍콩 내 반(反)국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홍콩 야권은 반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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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는 홍콩 시민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주최로 열렸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에는 10만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사람이 참가했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4월 후야오방(胡耀邦)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망으로 시작된 추모 집회가 민주화 요구 시위로 확산하자 6월 4일 중국 지도부가 군을 동원해 베이징 천안문광장 일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홍콩 경찰은 앞서 지련회가 낸 집회 신청에 대해 "코로나가 확산할 수 있다"며 불허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홍콩 정부는 8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위반한 사람에게는 2000홍콩달러(약 3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의 집회 불허 결정에도 매년 집회가 열리던 빅토리아파크에는 이날 저녁 시민 수천 명이 모였다. 코즈웨이베이 등 도심 곳곳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일부는 "홍콩 독립이 유일한 출구"라는 구호를 외쳤다. 몽콕 지역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으려 하자 사복 경찰이 곤봉을 꺼내고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제압했고, 4명 이상을 연행했다. 집회 주최 측은 홍콩 100여 곳에 부스를 차려 촛불 10만개를 배포했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심 곳곳에 경찰 3000여 명을 배치했다. 홍콩 정부청사와 중국 정부 홍콩연락판공실 앞에는 물대포도 배치됐다.
홍콩에서 매년 열리는 천안문 집회는 홍콩 내 정치적 자유의 상징이다.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를 '반당(反黨)·반사회주의 활동' '정치 풍파(風波)'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는 희생자 유가족의 소규모 추모 행사를 제외하면 천안문 사태와 관련한 출판·집회 등이 금지돼 있다. 반면 홍콩에서는 매년 기념집회가 열리고, 기념관(6·4 박물관)도 있다.
“國歌법 반대” 의회에 오물 던진 야당의원 - 4일 홍콩 입법회에서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항의하는 의미로 플라스틱 통에 든 오물을 투척하고 있다. 통에 들어있던 악취 나는 액체는 생물비료로 알려졌다. 국가법은 의용군행진곡을 비방·왜곡할 경우 최고 5만홍콩달러(약 800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내의 금고형에 처하는 내용이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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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가 지난달 28일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는 코로나를 이유로 기념집회를 금지했지만,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중국 공산당을 겨냥해 "일당독재 종식" 등의 구호를 외쳐온 집회가 불법이 될 수 있다. 리척얀 지련회 주석은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만약 집회가 불법이 된다면) 그것은 일국양제의 끝을 의미한다"고 했다.
홍콩 의회는 이날 야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국가(國歌)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비방·왜곡할 경우 최고 5만홍콩달러(약 800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내의 금고형에 처하는 내용으로, 그간 중국과 홍콩 정부가 필요성을 강조해온 법이다.
한편 영국계 은행으로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는 3일 홍콩보안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콩 내 친중(親中)계 인사들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은행들의 입장이 모호하다고 공격한 지 하루 만이다.
▲ [포토]톈안먼 시위 31주년…수만명 참여 '침묵과 촛불 집회'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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