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채권단에 인수조건 등을 원점에서 재협의하자”고 요청했다. 사실상 기존 인수조건과 상황으로는 인수절차를 완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의 반응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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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은 9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 한국산업은행 및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산이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한 이유는 아시아나의 재무여건 악화, 거래당사자간 신뢰 문제 등 두 가지다. 현산은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산은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019년말 기준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 증가됐다”며 “부채비율은 2020년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 또한 2020년 1분기말 현재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하여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산은 “당기순손실 역시 모두 8000억원 이상 확대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아울러 지난 3월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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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은 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21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계획 등을 통보했지만, 사전동의 없이 다음날 이사회에서 본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했다”며 “ 같은 달 24일에는 법률적 리스크가 상당한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도 통보한 바 있다”며 양자간 신뢰훼손 문제를 거론했다.
현산은 “계약 체결일 이후 확인되고 발생한 상황들에 대하여 4월 이후 두 달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등의 정확한 현재 재무상태 및 전망, 기준 재무제표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의 재무상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현산은 인수조건 재협상에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현산은 “산업은행이 공문을 통해 직접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데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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