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단독]'육지의 4대강' 민통선 고속도 예정지서 천연기념물 다수 확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에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조류, 곤충 등이 다수 확인됐다. 해당 지역은 자연이 잘 보전된 편인 서부 민간인통제구역 내에서도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아 멸종위기종들의 핵심 서식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최근 6년 간 멸종위기 조류 평균 개체 수. DMZ생태연구소 제공.


9일 민간연구기관인 DMZ생태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9년 가을·겨울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에서 철새 조사를 실시한 결과 멸종위기 조류 12종이 상시적으로 관찰됐다.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조류는 멸종위기 1급인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과 멸종위기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등이다. 이들 조류 중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등은 천연기념물에도 포함돼 있다.

경향신문

최근 6년 간 재두루미 평균 개체 수. DMZ생태연구소 제공.


특히 고속도로 건설이 예정된 11.8㎞ 구간은 멸종위기 조류가 주로 서식하는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탓에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이미 심각한 위기에 놓인 해당 조류들의 개체군 유지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DMZ생태연구소에 따르면 조사 기간 동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역의 멸종위기 조류의 평균 개체 수는 63.7~895.4개체에 달했다. 이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또 고속도로 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역과도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을 이용한 재두루미의 평균 개체 수는 34~164개체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은 역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들이 모여서 잠을 자고, 먹이활동을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DMZ생태연구소 연구진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 밀도를 분석한 결과 민통선 내로 멸종위기 조류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다수 서식하는 핵심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서부DMZ일원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초원수리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환경부는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 처리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비무장지대(DMZ) 인근 생태계 파괴를 용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마저 폐쇄하는 상황에서 남북 경협 활성화를 전제로 한 도로 건설 사업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긴급하게 필요한 사업도 아닌데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면제하고,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에 대한 조사 역시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사업을 실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2018년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가 남북철도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경향신문

지난 2월 경기 파주 백연리에서 촬영된 재두루미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부의 조건부동의 처리에 대해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와 파주·북파주 어촌계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DMZ 일원의 생태를 망가뜨리고 농어민 생존의 터전을 빼앗는 고속도로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과 주민들은 문산~도라산 고속도로가 생기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이북 지역을 생태적으로 단절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땅 위의 4대강사업’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향신문

장단반도에서 확인된 금개구리 유생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경향신문

장단반도에서 확인된 물장군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연구진은 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역은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지역일뿐 아니라 생물다양성도 국내의 다른 보호지역 못지 않거나 더 우수한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부 민통선 이북지역 둠벙의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서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다른 지역의 둠벙은 물론 주요 보호습지와 비교해도 생태적 가치가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둠벙은 논밭 근처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작은 물웅덩이로를 말한다. 저서생물은 강이나 바다, 호수 등의 바닥에서 사는 생물을 의미한다.

또 고속도로 예정지역은 멸종위기 수서 곤충인 물방개가 꾸준히 발견되고, 역시 멸종위기 양서류인 금개구리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무리한 개발로 파괴할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지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경기 파주 마정리에서 확인된 흰꼬리수리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민통선 이북 지역은 생물종이 다양하고, 생태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전 반드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라며 “특히 해당지역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생기면 육상생태계는 물론 해양생태계마저 맥이 끊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