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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재협상’ 카드 꺼내든 현산, 아시아나 인수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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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의사 명확히” 최후통첩에

현산 인수 의지 변함없다면서도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 요청

코로나로 항공산업 타격 큰데다

아시아나 부채 4조 이상 증가

추가 차입·계열사 지원 등 문제삼아

‘인수 포기’ 명분 쌓기 해석도 나와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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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조건을 ‘원점 재검토’하자”고 전격 요청했다. 현산은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신뢰 문제와 이후의 소통 부재 책임까지 거론하면서 채권단을 압박했다. 이에 채권단은 현산의 진의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행여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 행보가 아니냐는 얘기다.

■ 현산은 왜?

현산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수와 관련한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서 계약상 거래종결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산은에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산은이 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명확히 해달라며 ‘최후통첩’ 성격을 띤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계약서상 예정된 거래종결일은 이달 27일이다.

매각 대금 2조5천억원에 딜을 따낸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 및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올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산업이 유례없는 타격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산이 지난 4월 말 러시아의 기업결합심사 지연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 자금 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했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현산의 ‘인수 포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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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은 이날 낸 자료에서 인수 지연과 관련해 코로나19라는 외부 변수보다도 아시아나항공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계약 시점과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5천억원이 증가한 점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최근 사전동의 없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하고 부실계열사에 대한 1400억원 지원도 통보했고 후속 절차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현산은 “4월 이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계약 체결 전후로 재무상태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등 중요한 자료 제공을 포함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하였으나,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넘어 산은의 책임까지 겨냥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이 공시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한 것을 두고도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쪽은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았다.

■ ‘인수 딜’엔 어떤 영향?

채권단과 업계 주변에서는 현산이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산 경영진끼리 인수 포기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며 “산은과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서 바로 손들고 나가지 못하고, 전면 재협상하자고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산은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과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존속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을 산은에 요구하며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전제로 강조했다. 현산이 만족할 만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양쪽이 재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 현산은 기업가치 변화를 내세워 구주 가격을 낮추고 채권단이 지원한 대출의 만기 연장,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전환 등에 대해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산의 발표 이후 산업은행은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현산의 인수 포기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향후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단은 현산 쪽으로 ‘기울어진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양쪽이 진의를 명확히 하고 요구사항을 터놓고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재협상을 해야 할지 여부와 협상 범위 등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기간산업을 살려야 하는 책임이 있으니 충분한 지원을 전제로 향후 이익공유하는 형태로 재협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지 이완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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