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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돈’ 되는 골프장 사업 ‘잇속’에 가려진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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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이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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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골프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은 그야말로 ‘돈 되는’ 사업이 됐다. 골프장은 자연녹지나 개발제한구역에서 가능한 개발사업 중 가장 큰 규모로 손꼽힌다. 사업허가와 개발행위 같은 모든 과정은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다. 특혜 시비가 벌어지는 탓에 인허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공원이나 학교 같은 공공개발사업 약속을 받아내기도 한다. ‘조건부 등록’이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뒷전이다. 조건부 등록은 일단 골프장부터 운영하고 보자는 사업자들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했다.





휴양시설은 어디 가고 골프장만 덩그러니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과 수도동 일원 225만㎡의 웅동1지구. 바다를 메워 만든 이곳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은 유일하게 관광·휴양시설 개발을 계획했다.



첫 단추를 끼운 건 15년 전이다. 개발사업시행자인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는 민간사업자 ㈜진해오션리조트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30년간 임대한 땅에 골프장과 호텔, 스포츠파크, 휴양문화시설을 2022년까지 지은 뒤 수익으로 사업비를 회수하고 경자청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2013년 7월 실시계획을 승인받고 그해 11월 36홀짜리 골프장 공사를 시작했다.



2017년 12월 완공된 골프장을 우선 영업할 수 있도록 경자청은 준공검사 전 토지 사용을 허가하고, ‘조건부 등록’을 해줬다. 2022년까지 호텔과 휴양시설 등 약속한 사업을 추진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자청은 지난해 3월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했다. 같은 해 5월 준공검사 전 토지 사용 허가도 취소했다. 개발사업시행자 중 하나인 창원시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걸었는데, 이런 가운데서도 골프장은 성황리 영업을 이어갔다. 결국 경자청은 올해 7월 골프장의 조건부 등록을 취소했다. 사업자는 반발하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골프장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창원시가 경자청을 상대로 낸 ‘사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와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은 지난달 7일 1심에서 모두 각하됐다. 두 소송을 묶어 판단한 부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천종호)는 “웅동1지구가 당초 계획대로 개발됐다면 지역 균형발전과 같은 공익에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후속 분쟁의 해결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을 감안하더라도 피고(경자청)가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항소했다.



골프장 조건부 등록 취소처분 취소 소송은 같은 재판부가 들여다보고 있다. 경자청은 “관련 소송 1심에서 모두 승소한 만큼 골프장 관련 본안 소송에서도 승소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대체 사업시행자를 공모하는 등 사업 정상화 방안을 여러 방면으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 등록’이 뭐길래… 학교·연수시설 약속 뒷전





웅동1지구 골프장은 7년째 성업 중이다. ‘조건부 등록’ 덕분이다. 지금은 집행정지 가처분으로 ‘버티기’다.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적어도 몇년은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체육시설업인 골프장은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만 영업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승인 사업계획을 모두 마무리해야 등록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더라도 가능한 것이 ‘조건부 등록’이다. 체육시설법과 시행령은 9홀 이상의 회원제 골프장업, 비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6홀 이상을 갖췄을 때 체육시설업 등록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지자체 재량의 영역이다. 물론 나머지 계획 시설을 마무리한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사업계획 승인을 기준으로 4년 이내 착공, 6년 이내 준공으로 기간을 두고는 있지만 신청하면 연장도 가능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경상북도 골프장 5곳이 ‘조건부 등록’으로 영업 중이다. 개발행위사업이나 도시계획시설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경북 청도군의 9홀짜리 골프장은 2010년 3월부터 미준공 상태로 영업하고 있다. 경북 고령군의 18홀 규모 골프장은 2019년 4월 조건부 등록했다. 2010년 골프장과 주거단지, 관광·연수시설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는데 골프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감감무소식이다. 고령군 쪽은 “부지 보상이 어려워 위치를 변경해 다시 추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4월 군위군의 18홀 규모 골프장의 조건부 등록을 취소했다. 골프 특성화고등학교와 학교 실습장으로 골프장을 짓겠다고 허가를 받고서는 골프장만 만들어 2022년 12월부터 영업하던 곳이다. 조건부 등록 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였는데, 대구시는 준공 전 토지사용 미신청 등을 이유로 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업자는 대구시를 상대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내년 1월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업주는 대구시의 조건부 등록 취소가 부당하다며 추가 소송을 냈다. 올해 초 무등록 영업으로도 적발됐는데,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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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등록’으로 특혜 논란에 휩싸인 울산 울주군 망양골프장 클럽하우스. 울산환경운동엽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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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공익성도 없이 특혜 수단으로 전락”





울산 울주군 망양골프장은 ‘조건부 등록’으로 특혜 논란의 중심에 있다. 개발제한구역 82만8689㎡ 중 51만66㎡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드는 사업은 2008년 승인을 받아 2022년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공사 현장에 허가받지 않은 개발행위가 있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보존해야 할 원형지 일부가 훼손되고, 허가구역이지만 경사면 옹벽, 연못과 우수관, 카트 도로 등이 계획과 다르게 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울주군은 올해 5월 사업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원형지 복구는 이뤄졌다. 하지만 사업주는 옹벽 등은 시공 내용에 맞춰 허가해달라며 울주군에 행위허가 변경을 신청했다. 군이 이를 반려하자 곧바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6월 행정심판위원회는 사업주 손을 들어줬다. 사업주는 불법 시공을 인정하면서도 “시공 기간이 짧아 매번 변경허가를 받을 수 없었고 옹벽 설치가 현행법에 금지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허가받지 않은 개발행위에 대한 처벌만 담고 있고, 양성화(추인) 등의 내용은 없다. 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법 등을 다룬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현행 법령에 적합할 때 원상복구보다 이를 존치시키는 것이 행위자의 이익을 위해 (사회경제적 효과가) 큰 경우 등에는 허가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해 추인할 수 있다”고 봤다.



울산시는 지난 8월22일 이 골프장을 ‘조건부 등록’했다. 내년 6월30일까지 사업을 마무리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 9월 울산시는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을 승인하며 민간 골프장의 불법행위 ‘양성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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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망양골프장을 조건부 등록 승인한 울산시를 비판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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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행정심판위원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했다”며 “공익성도 없는 골프장 영업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사업주의 편의를 봐주는 건 분명한 특혜”라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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