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30개 교육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중 재지정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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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중에 지원할지 말지 고민이네요.”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41·서울 강남구)씨는 10일 서울 국제중 두 곳이 폐지 수순을 밟는다는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웠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를 국제중에 지원케 할 생각이었는데, 당장 내년부터 이들 학교가 일반중으로 전환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 초 교육청이 재지정 기준 점수를 높였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됐다. 애가 저학년 때부터 국제중을 목표 했는데, 지원도 못 하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화를 냈다.
이날 대원·영훈국제중을 ‘지정 취소’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전해지자 김씨처럼 자녀의 국제중 진학을 염두에 뒀던 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물론 학교가 폐지 방침에 맞서 소송에 나설 경우 교육청·학교의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2~3년간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해당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시전문가들은 “국제중을 선호하던 학부모들이 강남·목동 등 교육특구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특성화중학교 운영성과 평가 결과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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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서는 국제중 폐지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외고·자사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전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중도 폐지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 선발권이 사실상 폐지됐는데, 국제중만 특성화 지위를 유지할 경우 '사교육 조장'과 '교육 불평등' 논란은 사라질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첫 당선 때부터 '특성화학교의 일반학교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그는 자사고·외고와 함께 국제중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월 전국시도교육감 총회에서는 국제중의 일반중 일괄전환을 위해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건의하자는 의견을 냈다.
서울 대원국제중 학생들의 등교 모습. 중앙포토 |
교육청이 이들 학교에 대한 지정취소를 결정하면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국제중 지정·지정취소 권한은 법적으로 각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의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최종 결정권은 교육부에 있다. 이날 손영순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교육청이 국제중의 지난 5년간 운영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점을 고려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특성화중학교의 설립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외고와 달리 특성화중은 외국어·예술·대안교육 등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조금 복잡하다”며 “국제분야 조항만 삭제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 개정안을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홍기석 학교혁신정책관은 “교육청의 제안이 오면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겠다”며 “지정취소 관련해서도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는지 법적 절차에 따라 확인하겠다”고 했다.
서울 영훈국제중 교문. 중앙포토 |
당사자인 대원·영훈국제중은 “폐지를 위한 악의적인 평가였다”고 반발했다.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과 김찬모 영훈국제중 교장은 “교육청에서 애초에 달성하기 어려운 지표를 제시했다”“청문을 거친 뒤에도 지정취소가 된다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처럼 법정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희고·배재고와 같은 서울 자사고 8곳은 지난해 교육청 평가 결과 지정취소 됐으나, 법원이 이들 학교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현재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교육업계에서는 자사고에 이어 국제중의 폐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구, 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해외에 살다 오거나 영어를 잘하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국제중 같은 특성화학교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며 “국제중이 폐지되면 이들 수요가 강남‧목동 등 명문중학교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국제중은 학생 수도 적고 수요도 한정돼있어 영향은 자사고만큼 크지 않다”면서도 “입시를 고민하는 학부모들은 강남 대치동 등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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