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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3차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을 제안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세계일보가 입수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11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며 이렇게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오는 23일 공식 출간될 예정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4월 11일 오전 9시 블레어하우스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먼저 만났다고 전했다. 한국은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과 대화가 아예 단절된 것 같았고, 문 정부 입장에서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논리적으로 나를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그날 정오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만났는데, 문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시기와 장소 등 극적인 접근을 촉구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특히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에서 회담을 제안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백에 가까운 대화를 끊고 문 대통령의 제안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거래 없는 만남은 한번으로 족하고, 누구도 두 번은 협상장에서 그냥 걸어나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여전히 실체보다 형식을 걱정하는 것 같았고, 가장 최우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비핵화에 대한 거래가 우선이라면서 미끼를 물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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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국무회의실에서 오찬 회담을 이어갔는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관계 등에 대화가 이어졌고 문 대통령이 회담 말미에 3차 정상회담 이슈를 다시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가서 6월12일부터 7월27일 사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을 북한에 제의하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날짜라도 괜찮지만, 그 전에 거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핵 문제에 대해 북한의 실무 외교관들은 재량권이 없었고, 따라서 더 높은 수준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밝혀고,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설명했다.
하지만 북·미 3차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대신 우여곡절 끝에 그해 6월30일 남북·미 정상들의 ‘짧은’ 판문점 회동 등이 이뤄졌다. 판문점 회동 직전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실무협상은 항상 매우 힘들지만 인내심 있는 접근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주제를 바꿨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다음 북·미정상회담은 미국 선거 이후가 될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화답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3차 정상회담은 미 대선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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