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면담을 위해 이동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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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은 처음부터 고용됐으면 안 됐고, 하노이회담에 참석해선 안 되는 인물이었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볼턴의 책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른다."(김홍걸 민주당 의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대한 불똥이 국내 정치권으로 튀고 있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9·19 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등 남북관계 경색을 맞은 민주당은 '하노이 노딜'의 원인으로 볼턴 전 보좌관을 지목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선 안 됐던 사람"이라며 "비겁하게 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보좌관으로 있는 동안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전날엔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트위터에 올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와 잘 지내다가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한 볼턴의 말에)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는데 그럴 만도 했다"는 글을 리트윗하며 "동의한다"고 하기도 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탄핵심판 당시 하원의 출석요구를 변호사까지 쓰면서 거부하려고 기를 썼다"며 "책에 쓸 내용을 팔아먹어야 하니 탄핵 심판에 증언해서 공개해버리면 장사에 지장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트위터글.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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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내며 현 정부의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대북 특사에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당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정확한 것은 더욱 아니다"며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야당을 향해선 "미래통합당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의 말은 믿지 못하고, 자신의 책 판매에 혈안이 된 볼턴의 말은 믿는가? 이런 야당의 행태야말로 국격을 떨어트리는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사실을 일일이 공개해 반박하고 싶지만 볼턴 전 보좌관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어 참는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2019년 6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협상에 참여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북측에 요구하도록 해 결국 합의 무산에 이르게 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노이 회담 직후 볼턴 전 보좌관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고 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했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여권에선 "볼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란 원색적 비판이 나왔었다.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로 있던 민주당 한 의원은 "급박하게 돌아갔던 하노이 회담에서 청와대에서도 상당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컸다"며 "지금 와서 볼턴 전 보좌관이 협상내용을 공개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공개를 계기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는 더욱 적어졌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입장에선 핵을 갖고 자주권을 지키는 노선이 옳았다는 결론으로 도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재 게임체인저는 우리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할 여지가 적어졌다. 상황관리가 더 중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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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의원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대북송금 특검 등 남북 간 대화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미국 측에서 정상회담에서 한 얘기를 1년 만에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아니라 어느 나라도 상대국가를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협상 내용이 공개됐단 점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할 말이 생기고, '치고 나가겠다'고 말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며 "미국을 우리가 움직여서 북한에 제시할 카드를 얻어낸다면,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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