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회고록 내용 하나씩 반박 나설 듯… 양쪽 주장 뭐가 다른가
청와대 측은 "결국 볼턴의 방해에도 문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볼턴 회고록에 대해 "사실 왜곡"이라고 했지만 구체적 반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은 사례를 들어 볼턴을 비판했다. 회고록에 정면 대응해 문 대통령의 역할을 재조명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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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정상회담 및 한미 간 협의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과 청와대 주장은 상당 부분 다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우선 2019년 6월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문 대통령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회동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나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받았다"며 "그러나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고 말했었다. 이어 "오늘은 북·미 간의 대화에 집중하고, 남북 간 대화는 다음에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불청객'이었다는 볼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볼턴 전 보좌관이 판문점 회동 당시 몽골에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누가 제안했는지도 쟁점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북 회담은 한국 정부의 창조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초청은 (김정은이 아닌) 정 실장이 제안했다"고 했다. 회담 제안의 주체가 김정은이 아니라 정의용 실장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사실과 다른 말을 통해 미·북 회담을 성사시켰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 실장은 2018년 3월 대북 특사로 평양에 다녀온 뒤 "북측은 비핵화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를 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었다. 김정은이 실제 제안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내용을 두고도 볼턴과 청와대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볼턴은 '하노이 노딜' 이후인 작년 4월 한미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가 우선"이라며 여러 번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당시 언론 발표문에서 "한미 정상은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방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 전까지 미·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었다는 볼턴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2018년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두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했을 때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 밀도 있게 협의했다"고 밝혔었다. 한미가 대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취소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은 낙관적으로 답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회담 잠정 취소 상황을 문 대통령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한국 보도 리트윗 "봐라, 볼턴은 법을 어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청와대가 볼턴 회고록의 상당 부분이 왜곡됐다(distorted)고 밝히며 미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는 내용의 국내 영문 뉴스를 리트윗했다. 정 실장이 회고록에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한 기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봐라, 볼턴은 법을 어겼다. (그가 책에 쓴 건) 기밀 정보!"라고 썼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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