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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1당 독재 국회, 공수처 강행, 이상한 나라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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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이 29일 현실화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정치 문화는 어김없이 지켜졌지만, 5공화국 이전의 군사정권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다. 민주화가 이룬 30여년 국회의 원칙과 전통이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정권에 의해 무너졌다. 국회는 앞으로 여당 출신 국회의장과 부의장만으로 운영되게 됐다. 1987년 군사정권의 호헌 조치에 대한 항의로 야당 부의장 없는 국회가 운영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을 아무 상임위에나 내리꽂아 강제 배정하는 일도 다시 벌어졌다. 군사독재 정권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정의당마저 "비정상적인 국회 운영"이라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176석에다 범여권까지 포함하면 190석에 육박한다.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 단독 심사에도 착수했다. 야당 없는 여당만의 '1당 국회'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법사위를 법제위·사법위로 분할하거나 전후반 나눠 맡자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거부했다고 한다. 법원과 검찰을 관할하는 법사위원장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차지해야겠다고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울산 선거 공작, 조국 일가 사건, 유재수 비리 무마, 드루킹 대선 여론 조작 같은 정권 비리 의혹의 수사와 재판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임기 말 정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에 30여년 이어져온 국회 관행과 절차를 무시하기로 한 것이다. 1당 독재 국회에서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사위를 열어 감사원장에게 "검찰 감사를 왜 주저하느냐"고 검찰을 공격하는 엉뚱한 질의를 했다. 대법원까지 재판이 끝난 한명숙 사건을 두고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며 법원행정처장을 압박했다. 앞으로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이 속출할 것이다.

공수처 출범도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15일까지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어제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공수처장 인선에 야당에 거부권을 준 것은 준사법기관의 정치 중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법을 바꿔 그나마 있는 야당 거부권마저 무력화하려 한다. 하루빨리 자신들 편 공수처장을 뽑아 검찰 수사를 막는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외에도 헌법재판관,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기관과 행정부 산하 위원회의 여당 추천 몫도 높이겠다고 한다. 이 기관들의 여야 추천 몫 배분은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제 이마저 허물고 모든 국회 추천권을 여당이 장악하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선거가 치러지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가가 돌아가는 모습은 1당 독재와 다를 것이 없다. 이상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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