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남이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주워 한 달이 넘게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절도(예비적 죄명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ㄱ씨(3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하철역 의자에 다른 사람이 실수로 두고 간 휴대전화 1대를 들고 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건 당일 새벽 귀국한 ㄱ씨는 휴대전화를 우체국에 맡겨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으나 이른 아침이라 우체국이 문을 열지 않아 할 수 없이 자기 집으로 가져갔다. ㄱ씨는 주운 휴대전화를 집 서랍에 넣어 둔 뒤 잠이 들었고 오후에 일어나 친구를 만나려고 외출을 하면서 서랍 속 휴대전화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이후 6일 뒤 다시 중국 공장으로 출근했고 약 한 달 후 다시 귀국했다가 경찰관의 연락을 받게 됐다.
법원은 ㄱ씨가 43일간 휴대전화를 보관하면서 피해자에게 돌려줄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자기 물건처럼 이용하거나 임의로 처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운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볼 객관적 자료는 없고, 중국으로 가져가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추적을 피하려고 전화를 무시하거나 전원을 차단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지하철 역무원 등에게 휴대폰을 줘 반환하는 방법도 가능했을 것이나 이런 사정만으로는 불법적으로 물건을 취하려는(불법영득)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 당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봐도 휴대전화를 숨기지 않고 이동하는 등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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