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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IT진맥] 보편요금제 논란 재점화... 정부 개입에 멍드는 통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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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편집장]

테크M

#민간 사업자 요금을 왜 정부가 결정하나

#시장은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혼탁해집니다

#차상위층 추가 데이터 제공 등 다른 방법 고민해주길

보편요금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보편요금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자동폐기됐음에도 이번에도 다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들이 저렴하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2년마다 보편요금제 요금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보편요금제로는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부가 굳이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들의 요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맞는걸까요? 정부의 역할은 감시자에 가깝습니다. 불공정 경쟁이 발생하거나 소비자 편익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룰을 정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정부 역할은 '룰'을 정해주는 것

보편요금제는 단순히 룰을 정해주는 것을 넘어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요금을 정해버리는 반시장적인 제도입니다. 민간 사업자들이 결정해야 할 요금을 정부가 정해버리는 겁니다. 이미 정부가 이통사들의 요금을 신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없는 요금제까지 만들라고 강제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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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판매점 모습 / 사진 = 김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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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꾸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경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개입하겠다면,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당장 지난 2018년 보편요금제 도입이 처음 논의됐을때,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통사들의 매출이 감소한다고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를 보자는 겁니다.

매출이 감소하면 자연히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5G 시설투자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5G 투자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도 5G를 이용하고 있는데, 사실 5G로 이용할때보다 LTE로 이용할때가 더 많습니다. 5G 생태계가 제대로 활성화되고, 산업적으로 더 많은 효용을 얻으려면 시설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할때입니다.

인가제 폐지하면서 보편요금제? 정부의 엇박자 정책

또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사간의 요금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상 정부가 최저 요금제를 정해놨으니, 그에 따라 단계별로 요금제가 생기겠지요. 이럴거면 뭐하러 요금인가제를 폐지했습니까. 요금인가제 폐지는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 아니었나요?

게다가 보편요금제는 사실 '알뜰폰'이라는 대안도 있습니다. 저렴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이통3사 대신 알뜰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굳이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의 요금에 개입해야 할까요?

물론 이동통신 서비스가 보편화된 서비스라는 점은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단순히 통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고, 영상 시청이나 음악감상 등을 위해 데이터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차상위 계층 등 정보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공 와이파이와 같은 정책이 나오는 것이죠.

와이파이로 부족하다면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나 고령층, 장애인 등에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파수 할당 조건에 이런 의무를 부여하는 형태라면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돌아가야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보이는 손이 자주 보이면 시장은 병듭니다. 유독 통신시장에 단통법과 같은 보이는 손이 많습니다. 지금도 보이는 손이 많은데 굳이 손을 하나 더 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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