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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박원순 "치욕"이라던 붉은 수돗물 1년···'7.9㎞ 구멍'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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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문래동서 사고 발생

6월까지 노후관 138㎞ 교체하기로

코로나19 등으로 94% 교체 완료

전문가 “교체만큼 정기 관리 중요”

중앙일보

지난해 6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붉은 수돗물' 민원이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시는 식수 사용 중단 권고를 내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1일 식수 중단 권고가 내려진 한 아파트에 급수차가 주차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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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9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초등학교에서 혼탁수가 나온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이 민원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붉은 수돗물’ 사태의 시작이었다. 이튿날 문래동 일대 10개 아파트에서 혼탁수 민원이 종일 제기됐다. 주민들은 “수도에서 붉은 물이 나온다”며 “이런 물로 아이를 씻기고 밥을 해 먹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일대 아파트 1300여 세대에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 권고는 22일 후인 7월 12일 해제됐다. 6월 21일 새벽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붉은 물이 나온 아파트를 찾아 신속한 조치를 당부했다. 서울시는 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상수도·환경 분야 대학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 파악과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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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6월 21일 새벽 '붉은 수돗물'이 나온 영등포구 문래동을 긴급 방문해 관계자에게 철저한 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서울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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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해 11월 펴낸 210여 쪽의 ‘문래동 수질사고 백서’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오래된 배수본관에서 나온 침전물의 유입과 배수관 내 이물질 제거 미흡이었다. 영등포구청역~도림교 구역에 설치된 배수관 내 찌꺼기가 관 끝 부분인 관말 지역에 침전물로 쌓여 있다가 한계에 도달해 아파트 배관으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이 배수본관은 1973년 설치된 노후관이었다.

박 시장은 사태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은 서울시의 치욕”이라며 “추가 사고 발생 요인을 차단하도록 노후 상수도관 100% 교체를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산 1789억원을 투입해 노후 상수도관 138㎞를 모두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백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역시 “철저한 수질 감시와 노후관 교체로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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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6월 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문래동 '붉은 수돗물'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노후 상수도관 138km를 조기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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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984년부터 노후관을 녹에 강한 신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은 지역이 138㎞였으며 시는 문래동 사고를 계기로 교체 완료 시기를 2022년에서 올해 6월 말로 앞당겼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약속한 노후관 교체는 94% 정도 이뤄졌다. 문제가 된 영등포구청역~도림교 구간 노후관 1.75㎞는 지난해 9~12월 교체됐다. 지난달 22일 기준 교체되지 않고 남은 곳은 7.966㎞로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심의 개최 지연, 민원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통시장·도심상가의 반발 등으로 정비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신시장·아현시장·풍납재래시장, 명동 번화가, 수색동·공릉동 일부, 논현동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 현장 등이 정비 취약 지역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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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문래동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노후 상수도관 138km를 올해 6월 말까지 모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노후관, 신설관, 신설관 공사 모습. [사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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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노후관 교체로 끝나지 않고 상수도관의 세척과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조사단에 참가한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장은 “관말 지역 관 속을 내시경으로 살펴보고 물을 정기적으로 빼줘 이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배수관이 2005년 설치돼 부식이 심하지 않았지만, 배수관 관리규정 부재로 정기적 퇴수를 통한 이물질 제거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결론 냈다. 이 배수관은 1973년 설치돼 이번에 교체된 것과 다른 것이다.

서울시는 문래동 사고 이전부터 5년 주기로 배수관을 세척하고 관말 지역을 지정해 관리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름 350mm 이하 관은 세척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관은 세척 규정이 없다”며 “또 사고 당시 문제가 된 배수관 관말 지역은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측은 “민원이 발생하는 관말 지역은 설치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설관이라도 관리할 방침이며 대형관 세척 규정을 어떻게 정할지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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