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장기미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첫 사건 발생 34년·재수사 1년만에 마무리
강간 34건 중 25건, 이춘재 진술 구체성 ↓·피해자 진술 거부 등으로 입증 어려워
가혹행위·허위 진술 강요 등 수사관계자 혐의 확인…공소시효 끝나 처벌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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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이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모두 이춘재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2일 오전 1년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수사본부는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이 모두 이춘재의 범행이었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7월15일 9차 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고, 같은 해 8월9일 수감 중인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에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 수사팀·광역수사대·피해자 보호팀·진술 분석팀·법률 검토팀·외부 전문가 등 총 57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이어왔다.
◆14번에 걸쳐 진화한 범죄…이춘재가 진범인 이유
이춘재는 지난해 9월18일 진행된 최초 접견 조사 당시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DNA 검출 사실과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4차 접견(9월24일) 이후 살인 14건과 강간 34건에 대해 자백했다.
총 52회의 접견 조사를 진행한 경찰은 개별사건에 대한 어떤 설명과 자료 제시도 없는 상황에서 이춘재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임의로 진술한 내용이 범행 과정상 시간적 흐름이 자연스럽고 세부적이 설명이 풍부한 점에 비춰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살인사건 가운데 5건의 중요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점도 자백의 신빙성을 높였다.
특히 이춘재는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이나 당시 간과했던 현장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한 데다가, 진술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이 과거 수사기록과도 부합했다.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이 부분적으로 진화된 형태로 나타난 점도 이춘재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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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사건 34건 가운데 9건만 입증…여죄 수사는 ‘반타작’
아울러 이춘재가 자백한 34건의 강간사건 역시 발생 시기와 지역이 연쇄살인의 시기·지역과 일치하고, 범행 수법의 유사성에 비춰 연쇄살인과 묶여진 일련의 범행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경찰은 입증 자료가 충분한 9건의 강간사건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나머지 25건의 경우 살인사건에 비해 이춘재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피해자가 진술을 원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경찰이 추가 혐의를 밝혀내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춘재의 추가 여죄 가능성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검사와 법최면, 프로파일러 심리분석 등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1992년 이춘재의 주거지역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춘재는 거짓 반응을 보이고, 법최면 과정에서도 심리적 방어기제의 억제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춘재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할뿐만 아니라 당시 수사기록 등이 미비한 탓에 이춘재와의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이춘재의 여죄를 확인하기 위해 유사수법 사건에 대한 관련성을 계속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당시 수사관계자들 위법행위 인정…공소시효 끝나 처벌은 힘들어
경찰은 당시 수사관계자들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조사과정에서의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 허위 진술서 작성 강요,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및 담당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우선 송치했다.
초등학생 살해사건 역시 피해자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당시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지만,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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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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